'진주 마피아·서울사대파' 사라져…전문성 따라 각개약진

[한국의 新人脈] <3부> 관료사회를 파헤친다 7. 교육과학기술부
통합·외부 출신 장·차관 임명으로 지역·대학 중심 파벌 거의 없어져
과기부 '이너서클'도 사실상 해체 정책기획·연구개발이 양대축 형성
영남 강세 여전…연세·한양대 약진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합쳐 탄생했다. 교육과 과학기술을 융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두 부처는 부총리급 수장이 지휘했다는 것을 빼곤 공통점이 거의 없었다. 인재양성과 연구개발(R&D)이라는 업무 분야도 달랐지만 업무행태와 조직문화도 이질적이었다. 교육부는 뜨거운 교육열과 맞물려 입시 등 단기 현안에 치중했다면 과기부는 미래 원천기술 개발 등 중장기적인 기획이 많았다. 학연ㆍ지연을 바탕으로 한 인맥이 힘을 발휘했던 교육 쪽과 달리 과학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이공계 출신이 많은 과학기술 쪽의 조직문화는 '모래알'에 비유되곤 했다. 통합 2년이 지나면서 교육과 과학기술의 조합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지만 '융합ㆍ순환인사'를 통해 단순한 물리적 통합을 넘어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과거 두 부처에 존재했던 인맥이 상당 부분 허물어졌다. '진주 마피아' '서울사대파' 등 과거 교육부를 장악했던 파벌이 사실상 없어졌고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한 과기부의 '이너서클'도 사라졌다. 이는 현정부 들어 교과부 장관은 물론 차관도 외부 출신이 기용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안병만 전임 장관이 학연ㆍ지연이 배제된 인사를 한 데 이어 이주호 신임 장관 역시 철저히 능력 위주의 인사 스타일을 예고해 교과부 관료들은 인맥ㆍ라인에 기대기보다 업무능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각개약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지역ㆍ대학 중심의 파벌은 거의 사라져=과거 교육부는 '진주 마피아'로 대변되는 영남 출신과 서울대 사범대 출신이 인맥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조직을 좌지우지했다. 진주 마피아는 지난 1980년대 초 전두환 정권 당시 진주 출신인 이규호씨가 교육부 장관에 발탁된 뒤 범영남권 인사들이 대거 기용되면서 형성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는 2003년 취임하면서 "교육부에서 진주 마피아니 서울사대 마피아니 서로 편을 갈라 싸우는 일을 이제 관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역시 서울대 사대 출신이었다. 서울대 사대는 윤 부총리를 포함해 문용린 장관, 이돈희 장관, 이상주 부총리, 김신일 부총리 등 2000년 이후 임명된 14명의 부총리(또는 장관) 가운데 5명을 배출했을 정도로 강력한 인맥을 구축했다. 교수로 있다 영입된 이들 외에도 행정고시를 거쳐 차관까지 승진한 서울대 사대 출신 관료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하지만 이들 파벌은 현정부 출범 이후 세력이 크게 위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과부 본부 고위공직자 중 진주 출신은 최수태 인재정책실장(행시 25회)과 윤인재 학술정책관(33회) 2명뿐이다. 이규석 학교교육지원본부장(전문직)과 곽창신 학술연구정책실장(22회), 이준순 학교지원국장(전문직), 김관복 대학지원관(31회)은 서울대 사대 출신이다. 진주 마피아와 서울대 사대 출신이 과거 교육부 요직을 독차지하고 외부에서 영입된 장관마저 이들에게 휘둘렸다는 것이 세간의 인식이지만 정작 이들은 '혜택은커녕 오히려 역차별을 받았다'고 항변한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 진주사범(현 진주교대)이나 서울대 사대 출신들이 행정고시 교육행정직에 대거 지원하면서 넓은 인재풀을 형성했지만 점차 출신 대학과 학과가 다양해지면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줄어들었다"면서 "지금은 특정 지역이나 대학 출신이 파벌을 형성하고 세력화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과기 분야, 정책기획ㆍ연구개발 양대 축 형성=과학기술 쪽도 과거 김우식 부총리나 유희열ㆍ박영일 차관 시절 학연이나 지역에 따른 이너서클이 존재했지만 이들이 퇴임하면서 인맥이 사라지고 정책기획ㆍ행정과 R&D 등 업무 분야를 중심으로 각개약진하는 분위기다. 이공계 출신으로 기술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이들은 주로 R&D와 원자력 등 기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이해가 필요한 분야를 맡고 있다. 김영식 과학기술정책실장(기시 14회)은 원자력안전심의관과 기초연구국장ㆍ국립중앙과학관장을 거쳤다. 기술고시 18회 동기인 이은우 국립중앙과학관장과 홍남표 원자력국장, 편경범 대변인은 주로 R&D와 원자력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과학기술정책 분야는 주로 인문ㆍ사회 분야 전공 출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경제학과 출신인 박항식 기초연구정책관(25회)은 21세기 프런티어 연구개발 사업, 뇌연구 등 굵직굵직한 연구개발 사업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각각 경영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윤대수 거대과학정책관(24회)과 송기동 국제협력관(33회)도 정책ㆍ기획통으로 분류된다. 부처통합 이후 교과부에서 과학기술 쪽 출신이 중용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조직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융합인사 차원이기도 하지만 기존 교육계와 이해관계가 없는 과기관료가 교육개혁을 보다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부서 정책을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김차동 기획조정실장(25회)은 과기부 출신이다. 통합 교과부에서 인재육성지원관과 인재정책실장 등을 지내면서 입학사정관제, 창의인재 육성 등 현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을 무리 없이 뒷받침한 점을 인정받아 올 초 기조실장에 올랐다. 역시 과기 출신인 양성광 교육정보화정책관(기시 21회)도 학업성취도 평가와 학교정보공시, 사교육 대책 등 교육 분야 주요 정책을 맡고 있다. 이들은 꼼꼼한 일 처리와 강한 업무 추진력으로 이 장관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영남 출신이 여전히 강세…연세대ㆍ한양대 약진=타 부처와 마찬가지로 교과부도 영남 출신이 다수를 이루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특정 지역 편중현상이 완화됐다. 장차관을 제외한 22명의 본부 실국장 중 영남 출신은 10명이다. 이 장관과 설동근 제1차관도 각각 대구와 경남 의령 출신이다. 대전ㆍ충청 출신이 7명인 점이 눈에 띈다. 반면 호남은 3명에 불과하다. 대학별로는 서울대가 여전히 많지만 연세대와 한양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서울대는 이 장관과 김창경 제2차관을 비롯해 7명이다. 한양대는 김 실장, 편 대변인, 장기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추진기획단장(26회), 한석수 정책조정기획관(29회), 윤인재 학술정책관(33회) 등 6명으로 뒤를 잇고 있다. 한양대 출신이 약진한 것은 공대를 나와 기술고시를 통해 옛 과기부에 들어간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교육 분야에 연세대 출신이 많은 것도 눈에 띈다. 이기봉 교육선진화정책관(31회), 김규태 평생교육정책국장(32회), 성삼제 교육비리근절및제도개선추진단장(35회)이 연세대를 졸업했다. 박항식 기초연구정책관과 윤대수 거대과학정책관 등 과학기술 쪽을 포함하면 연세대 출신은 5명으로 늘어난다. 부이사관급인 행시 35~40회 기수에도 연세대 출신이 많아 향후 서울대와 더불어 교과부의 최대 학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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