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조세피난처 법인 설립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최근 급격히 확산되면서 재계에서 반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와 경영정보 업체 재벌닷컴 등의 흠집내기 식 보도에 국세청까지 역외탈세 조사에 속도를 내겠다고 나서자 해당 기업들은 "정상적인 투자행위까지 탈세 혐의를 뒤집어씌우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지적한다.
우선 재계는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만 분석해서 조세피난처 법인 설립 회사를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조세회피지역에 운영 중인 법인들의 상당수가 자원개발ㆍ해운업 등 정상적인 사업목적의 법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파트너사의 요구와 업계 관행 등 여러 이유로 조세회피지역에 법인을 설립했으며 총수 개인이나 탈세 목적의 법인과는 구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사업에서 세금 절약뿐 아니라 글로벌 파트너사의 요구, 간편한 회사 설립 등 여러 이유로 조세회피지역에 법인을 설립하고 있다"며 "대다수 사업목적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SK그룹은 조세회피지역인 파나마에 많은 법인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룹 관계자는 "대부분 해운업과 관련된 것으로 사업 특성상 선박을 구매할 때 자금을 대는 대주사와의 관계에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다며 "모두 재무제표상 드러나는 부분으로 불법적인 자금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한화 역시 태양광 사업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조세회피지역에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 삼성그룹ㆍ현대차ㆍLG 등도 ▦자원개발 ▦해외 자원 도입 ▦해외 지법인 관리를 위한 지주회사 등 다양한 사업목적으로 조세회피지역에 법인을 운영 중이다.
A그룹 고위 관계자는 "조세회피지역 법인을 탈세 목적이나 총수 개인 사익을 위해 이용하는 것은 나쁜 행위"라며 "하지만 대다수 법인이 사업 목적상 운영되는 정상적인 형태"라고 강조했다. 정상적인 사업 목적상 법인과 탈세를 염두에 둔 법인과는 차별화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른 그룹 관계자는 "조세회피지역 투자 시 적법한 절차와 신고를 거쳐, 그리고 국내에 세금도 내면서 운영하고 있다"며 "조세회피지역에 법인을 두는 것만으로 탈세로 단정짓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재벌닷컴에 따르면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 1조원 이상 민간그룹 가운데 케이맨제도ㆍ버진아일랜드ㆍ파나마 등 9개 지역에 해외 법인이 있는 곳은 24개 그룹이었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이들이 가진 해외 법인은 총 125개, 자산총액은 5조6,903억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