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좌담회] "보호무역 대비 품목·지역 다각화를"

주제 : 중소기업 수출활성화 방안주관: 중소기업연구원, 후원:서울경제신문 참석자: 강득수 전자조합 이사장(기라정보통신 회장), KOTRA 무역진흥본부 홍기화 본부장, 중소기업연구원 이중구 원장, 사회 서울경제신문 최성범 성장기업부장 중소기업은 대내외적인 수출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635억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 전년대비 30%이상의 성장세를 보여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확고히 했다. 이는 자동차 선박등 대기업형 수출품목이 같은 기간동안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수출품목이 일부에 국한돼 있고 이른바 굴뚝산업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등 중소기업의 수출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들이 아직 많다. 또 최근 주력시장인 미국과 일본의 경기침체는 수출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이번 좌담회는 현재 중소기업의 수출현황을 점검해 보고 앞으로의 전망과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회(최성범 성장기업부장) 최근 우리 중소기업들의 수출현황은 어떠한가. ▲홍기화 본부장 시장여건은 힘들지만 수출은 계속되고 있으며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의 수출실적은 우리나라 총수출의 37%인 635억 달러로 전년대비 30%의 성장세를 기록, 고무적인 실적을 거뒀다. 올 1ㆍ4분기중에도 총수출 402억달러중 중소기업 수출이 158억달러로 전년대비 14.3%의 신장세를 기록했고 벤처기업 수출도 19.2%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석유화학 철강 반도체 자동차등 대기업형 품목은 148억 달러를 수출, -6.2%의 증가율을 보여 대조적이다. 중소기업이 우리나라의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소기업 수출이라고 하면 흔히들 경공업 제품만을 생각하는데 최근 중기청 발표에 따르면 전자전기제품 중화학공업제품 기계류등의 수출이 활발하고 섬유류등 경공업제품과 일차산품의 수출이 부진해 중소기업의 수출구조도 바뀌어 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수출도 작년 1ㆍ4분기중 증가율 46.4%에 비하면 올들어 매우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월, 2월 두달간 대중동 수출이 24% 증가했고 EU수출도 양호한 상태지만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 미국등 주력시장에 대한 수출은 둔화되고 있다. ▲이중구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일단 나타난 현상만을 살펴본다면 올들어 우리나라 수출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중소기업들도 역시 마찬가지다. 전체적인 수출실적은 떨어지고 있지만 중소기업 수출 증가세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점을 감안할 때 산업전략상 중소기업 위주의 수출을 장려해야 한다는 점은 변화가 없다고 본다. ▲강득수 기라정보통신 회장 우리 회사는 정보통신 단말기와 반도체 검사장비등을 유럽 미주 등으로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전체 매출비중에서 수출 비중이 52%를 넘어섰다. 올해 초에는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상당한 환차익을 누리기도 했다. 엔저의 영향은 아직까지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수출시 단가를 낮춰야 하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사회 주력시장의 경기침체도 문제지만 중국등 후발국의 추격과 통상마찰 등으로 우리 중소기업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대외적인 수출여건은 어떠한가. ▲강회장 현재 미국 슈퍼마켓에 공급된 공산품은 거의 모두가 중국산일 정도로 중국 제품의 장악력이 높아지고 있다. 또 미국경기 침체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남아 국가들의 대미수출이 줄어들면서 전자부품등 중간재를 공급하는 우리 중소기업들의 대동남아 수출도 악영향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중국 현지생산등을 통해 단순히 인건비를 줄여 가격으로 경쟁하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특수품목이나 첨단 제품으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 수출 대상국의 경제사정이 불안한 가운데 자국시장 보호를 위한 통상마찰도 고조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중남미 일부국가는 여러 이유를 들어 통관을 지연하거나 고율의 수입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아시아지역에서는 덤핑조사가 개시되거나, 수입억제 대책을 수립하고 있는 상태다. ▲홍본부장 세계 경기의 동반침체로 미국 일본의 수입시장 규모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결국 보호무역 주의에 따른 통상무역마찰이 많이 생기고 있다. 최근 중국과의 마늘분쟁 이라든지 일본의 폴리에스테르 단섬유 반덤핑조사 개시, 대체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남미 지역의 통관절차 강화 등이 그러한 사례로 간주된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보다 탄력성이 높아 품목과 지역을 다양화 하면 통상마찰에 따른 불이익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세계적으로 중국산 제품의 저가 물량공세와 품질향상으로 우리나라 경공업 제품의 수출여건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KOTRA 무역관 조사에 따르면 미국시장에서 저가의 중국산 MP3 플레이어가 시장을 확대중이며 중국시장에서도 이동통신장비, 화섬, 철강 등 소수 대기업 품목을 제외하면 중국산 대비 경쟁력을 갖춘 한국상품은 희소한 상태다. ▲사회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는 환율변동이나 외국의 수입규제등 외부요인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수출 중소기업들의 대처방안을 말해달라. ▲홍본부장 작년 11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발표내용에 의하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75%가량이 환위험에 전혀 대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칫 우리나라나 교역상대국의 환율이 크게 변동할 경우 이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 우리 중소기업들도 약간의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환관리 컨설팅사의 도움을 받는다던가 결제통화를 다변화하고 수출입 대금결제시기를 조정하는등 여러가지 대비책을 마련해 두지 않으면 안된다. 외국의 수입규제 역시 우리수출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96년만 하더라도 10건에 지나지 않던 우리제품에 대한 신규 수입규제 제소 건수는 작년 32건으로 증가하는 등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각국의 무역장벽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들의 자구노력이 시급하다. 업계에서도 다양한 상품과 시장을 공략해 수출품목 편중을 막고 해외시장에서의 반덤핑 규제 움직임에 대비해 수출가격 하락방지를 위한 국내 기업간 협의기구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원장 중소기업이 보다 안정적인 수출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국 수출입규제와 환율변동 등에 대한 대응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사전에 수입규제 제소를 당하지 않도록 수출시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무차별적 수출과 국내 업체간 과당 가격경쟁을 피해야 한다. 제소된 후에는 전문가를 활용해 수입규제조치 발동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를 활용치 않은 경우 무혐의로 조사가 종결된 사례는 17%에 불과하나, 변호사 등의 전문가를 활용한 경우에는 그 비율이 54%에 달한 점은 사후조치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최근 2년동안 환위험이 두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진단되고 있으나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거의 무방비상태에 있다. 정부차원에서 중소기업 환위험관리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크게 확대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강회장 환율변동성이 커지면서 환손실위험도 상당히 커졌다. 아무리 생산이나 판로 확보에 힘써도 영업실적은 어떻게 나타날지 판단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전문 인력이 충분치 않은 중소기업에서는 환위험에 대한 고려를 한다 하더라도 결제시기의 조정이나 거래상호 조정정도의 보수적 관리 정도에 그치는 것이 실상이다. 올들어 기업체 신용등급표에서 외환부문 비중을 상향조정하고 새로운 환헤지 금융상품 개발을 촉구하는 등 정부측면에서도 환리스크 관리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선 경영층이 관심을 기울여서 환위험 관리의 필요성을 깨닫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고 관심은 있으나 어려움을 느끼는 기업들을 위한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 최근 인터넷을 필두로 디지털경제가 확산되고 있다. 과거처럼 기업들이 바이어를 일일이 찾아다니는 마케팅으론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디지털이 중소기업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홍본부장 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무역 업체의 절반 이상(51.8%)이 제품 홍보, 거래선 발굴, 오퍼등 무역업무에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9년 8.8%에 비해 급속도로 성장한 것이다. 관심을 끄는 점은 중소기업의 전체 수출실적중 사이버무역 비중이 18.9%로 대기업(16.4%)에 비해 오히려 더 높다는 것이다. 이는 오프라인상의 해외영업망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사이버 무역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실시한 간단한 조사에서 응답업체 90% 이상이 앞으로 인터넷 무역거래 비중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원장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해외판로를 개척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 동안 해외바이어를 상대로 종합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없었지만 최근 기협중앙회의 중소기업 쇼핑몰이나 무역협회의 실크로드 21등 전문 무역거래 알선 사이트가 활성화되고 있다. 해외법인 설립대신 이러한 디지털 망을 활용하는 것이 비용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홍본부장 코트라는 해외지사를 중소기업들이 자신들의 지사처럼 활용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많이 이용해 줬으면 좋겠다. ▲사회 결론적으로 중소기업의 수출활성화를 위해 해결되어야 하는 과제는 무엇인가. ▲강회장 수출시장 다변화가 가장 절실하다. 수출선이 다변화되지 않고서는 담합 등을 통한 가격과 물량조절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수출채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결제방식은 다양화되고 있는데 금융기관에선 신용장만을 인정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전자시스템등 신속하고 안전한 결제 수단이 개발돼야 한다. 정부차원에서의 소프트웨어 구축, 법인세 및 부가세 혜택등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도 지속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정리=류해미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