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거리가 존재한다. 가깝든 멀든. 가장 친밀한 사이의 거리는 15~46cm이며 어느 정도 친밀한 사이에 두는 거리는 46cm~1.2m 정도라고 한다. 1.2m 이상의 거리에서 우리는 상대방과 친밀함을 느낄 수 없다는 거다.
오는 2월 28일 개봉하는 이재용 감독의 <뒷담화:감독이 미쳤어요>는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만드는 친밀함 그리고 소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배우들과 수천 킬로미터 거리에 있다.
영화는 배우들에게 21세기 연출 방법이라며 감독이 촬영현장에 있지 않고 LA에서 모니터를 통해 원격 지시를 할 것이라는 감독의 설명으로 시작한다. 감독이 현장에 없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배우들은 걱정과 불만을 쏟아낸다. 감독과 소통에 원격 지시는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현장 가까이서 소통해도 오해가 생기는 법이다. 배우들의 걱정은 현실이 되고 그 걱정은 감독에 대한 뒷담화로 발현된다. “감독이 미쳤어요”라고.
감독에 대한 배우들의 뒷담화는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지만 이 역시 영화의 설정이다. 이렇게 영화와 영화 설정 사이를 오가는 혼돈도 이 영화 <뒷담화:감독이 미쳤어요>의 매력이다. 또 감독이 진짜 LA에 있었는지 아닌지를 관객 판단에 맡기는 것 역시 영화에 관객이 능동적으로 스크린 밖에서 참여하게 하려는 감독의 설정도 재미를 준다.
영화 <뒷담화:감독이 미쳤어요>는 실험영화 답지 않게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윤여정, 박희순, 강혜정, 오정세, 김민희, 김옥빈, 류덕환, 이하늬, 김남진, 최화정, 김C, 정은채, 이솜, 김기방이 “감독이 미쳤어요”라고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