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서거] 'DJ지킴이' 도널드 그레그

■ DJ의 해외 지인들 - 구명작업 개입등 정치적 위기때마다 등장

평민당 총재시절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와 함께

"아시아의 중요한 정치가는 덩샤오핑 중국 최고지도자,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와 한국의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권력밖에서 권력을 쟁취한 지도자는 김 전 대통령뿐이다." 지난 2007년 9월 뉴욕 코리아 소사이어티 오찬연설에서 방미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소개자로 나온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현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는 DJ를 이렇게 평했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 행로에서 결정적인 장면마다 등장했던 해외 지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사람은 도널드 전 대사이다. 1989년부터 1992년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그가 DJ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금부터 36년 전인 1973년. 당시 미 CIA 한국지부장으로 재임 중이던 그는 그해 8월8일 김 전 대통령이 일본 도쿄의 한 호텔방에서 요원(한국 중앙정보부 소속으로 알려짐)들에게 납치를 당하자 구명작업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그들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는 DJ 납치사건을 접하자마자 한국의 중앙정보부가 주도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하비브 당시 주한 미대사와 함께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행방불명됐던 김 전 대통령은 납치 13일 만에 서울에서 발견되며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레그 전 대사의 '김대중 지킴이' 역할은 이후로도 줄곧 이어졌다. 1980년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나고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선고가 내려지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와인버거 미 국방부 장관과 그레그 전 대사를 한국에 급파했고 이들은 전두환 신군부를 상대로 김대중 구명운동에 나섰다. 이 노력들 덕분에 김 전 대통령은 가까스로 사면을 받아 미국 망명길에 오를 수 있었다. 그레그 회장이 1989년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하게 되자 김 전 대통령은 감사 편지를 보냈다. 이 서한에서 김 전 대통령은 "나는 개인적으로 귀하가 대사로 오게 돼 기쁘다. 왜냐하면 귀하는 1973년, 1980년 두 차례에 걸쳐 나의 목숨을 살려줘 내가 깊이 신세를 졌기 때문이다"며 은인에 대한 깊은 감사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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