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4월 08일] 껍데기는 가라
299명의 국민대표를 뽑는 18대 총선이 하루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 투표율이 50%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유는 안정적 국정운영과 1당 독주의 견제를 여야가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뚜렷한 정치적 이슈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지난 수십년간 겪었던 우리 정치에 대한 환멸과 혐오감이 주된 이유일 수도 있다.
대의정치는 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고 그들이 나라 일을 대신 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주주의를 꾸려가는 데 효율적인 수단으로서의 대의정치에서 국민들은 싫든 좋든 나라 살림을 대신할 대표를 뽑아야 한다.
비록 정치가, 정치인이 꼴 보기 싫더라도 적극적으로 투표를 해야 민주정치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의 대표를 뽑는 개개인의 투표는 매우 중요하다.
물론 투표를 한다고 해서 민주정치가 이뤄진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선거는 민주주의라는 이상적인 제도를 구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과 방법일 뿐이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사람을 딱 두 종류로만 분류한다고 한다.
국회의원 배지를 단 사람과 달지 못한 사람.
배지를 달고 못 달고는 정치권에서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엄청나다.
그래서인지 선거에 나선 후보들을 보면 체면이고 뭐고 다 내던지고 죽기 아니면 살기다.
당연히 공천과정이나 선거를 통해 후보들의 면면은 다 드러나게 마련이다.
국민의 대표로 뽑아달라고 나선 인사들 중에는 함량미달도 부지기수다.
표를 구할 때는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90도 각도로 넙죽 절을 하다가도 배지를 단 순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국민들 위에 군림하려는 어줍지 않은 국회의원들을 그동안 숱하게 봐왔다.
탄핵 돌풍에 힘입어 엉겁결에 배지 달고서는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안하무인으로 지난 4년 동안 설쳐댄 '얼떨리우스' 의원들이 바로 좋은 예다.
이들이 잘못을 저지를 경우 1차적 책임은 물론 당사자에게 있겠지만 잘못에 따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두 눈을 부릅뜨고 꼼꼼히 살펴 참일꾼을 가려야 한다.
딱히 마땅한 인물이 없으면 차선의 인물을, 차선도 없으면 차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국민만 손해를 보게 된다.
일을 저지르는 건 정치인일지 몰라도 그 결과에 대한 뒤치다꺼리는 국민이 고스란히 나눠 감당해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표장에 가지도 않고 그날을 그냥 휴일처럼 보낸 국민은 정치가 어떻느니 이러쿵저러쿵 비판할 자격조차 없다.
물론 후보자들 면면의 성향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알맹이만을 골라내는 현명한 표심이 필요하다.
우선 지역주의를 등에 업고 어떻게 한번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보겠다는 후보는 일단 제쳐놓아야 한다. 지역주의야말로 우리 정치발전의 발목을 수십년간 잡고 흔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또 국민이 맡긴 권력을 마치 자기가 갖고 태어난 것처럼 개인적인 이익에 활용하는 정치인도 배제해야 한다. 이런 인물일수록 입후보 때의 초심을 잃고 당선되면 거들먹거리기 일쑤다. 염불에는 관심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가 있는 후보도 요주의 대상이다.
이권을 좇다 보면 나라일은 뒷전이고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더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정치적 행위를 과장되게 혹은 허위로 꾸미거나 거짓말을 해서 국민을 속이는 정치인도 솎아내야 한다.
국민의 심판을 피하기 위해 당을 깨고 새로 만들고 이리저리 불나방처럼 날아다니는 분식 정치인도 걸러내야 한다.
시인 신동엽은 '알맹이는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소리 높여 외쳤다.
이제 국민들이 알맹이는 걸러내고 껍데기는 골라내야 할 때다.
내일 우리들의 한표가 앞으로 대한민국 4년을 좌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