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상가개발비리 적발

서울지검 강력부(이 삼 부장검사)는 25일 1,000억 규모의 서울천호동 대형 쇼핑몰 개발 사업과정에서 경찰, 은행, 공기업 등에 전방위 로비를 벌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증재 등)로 폭력조직 명동 N파 두목출신 노모(38)씨 등 8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과정에서 다른 조폭이 개입해 돈을 갈취하는 등 쇼핑몰 개발과정에 조폭들이 경쟁적으로 뛰어 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폭 쇼핑몰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어=검찰에 따르면 사업시행자인 폭력조직 명동 N파 두목출신 노모(38)씨는 올해 말 준공 예정인 서울 천호동의 모 쇼핑몰(지상14층, 지하5층) 토지 소유주인 박모씨가 사업부지를 담보로 산업은행에 200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고 140억원을 대출 받아 자금난에 빠진 사실을 알고 건축업자 임모씨로부터 사업권을 빼앗았다. 노씨는 근저당권을 해지하고 건축업자에 터파기 공사비(20억원)를 지급해야 하는 등 많은 돈이 필요하자 매출실적이 거의 없어 신용대출이 불가능한 여러 회사 명의를 빌려 한빛은행에서 48억여원을 대출 받았다. 이 과정에서 재작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이 은행 수지지점장 김모(49)씨 등 은행원 2명에 1억3,000여만원과 한국토지신탁 발행 액면금 4억원 수익증서를 제공했다. 또 한국토지신탁과 쇼핑몰 개발신탁 계약을 체결하며 한국토지신탁(토지공사 자회사) 전 개발신탁총괄팀장 김모(48)씨 등 2명에게 7,600만원 상당을 제공했다. 김씨는 건축설계회사에 평당 10만원인 설계변경 단가를 12만원으로 책정토록 한 다음 차액 1억3,000만원을 챙기기도 했다. 노씨는 은행과 토지신탁 등에 대한 로비 과정에서 정권실세 등과 유착된 것으로 알려진 정모(58ㆍ수배중ㆍ전 아마추어레슬링협회 이사)ㆍ구모(62ㆍ호국청년연합회 전 부총재)씨 등 배후 폭력배와 로비스트 3명에게 4억5,000여만원의 로비자금을 건넸다. 이 과정에서 쇼핑몰의 설계변경 허가와 관련해 서울 강동구청 직원 3명에 금품 및 향응을 제공했다. 국세청 직원에도 로비를 벌인 사실도 드러났다. 노씨는 또 다른 건으로 경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사건을 잘 처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경찰관(경찰청 국장 포함) 7명 등에게 금품을 주기도 했다. ◇조폭끼리도 뺏고 뺏기기=이와 함께 양은이파 부두목 백모(50)씨는 노씨와 별도로 쇼핑몰 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은행측에 2,500만원 상당의 골프채와 현금 1,000만원을 제공하려다가 노씨가 먼저 사업권을 따내자 양은이파 방계조직원 출신인 김모(52)씨와 함께 노씨를 협박해 6억2,000만원의 토지신탁수익권증서를 갈취했다. 김씨는 또 은행 등에 대한 로비명목으로 2억2,000만원을 노씨로부터 받아내기도 했다. 노씨는 쇼핑몰 개발과정에서 60억원대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으나 환수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개발신탁제도 개선해야=공익 차원에서 유휴토지를 개발하기 위한 개발신탁제도(토지소유자의 의뢰를 받아 개발 뒤 일정 이익과 투자비용을 받음)가 그 취지에도 불구하고 신탁의뢰자가 온전한 소유권의 취득 없이 토지대금의 일부만 계약금으로 지불한 상태에서 계약을 맺을 수 있어 사실상 투기사업으로 전락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삼 서울지검 강력부장은 “토지대금의 10~20%만 계약금조로 토지소유주에게 지급한 뒤 한국토지신탁과 신탁계약만 체결하면 한국토지신탁이 건축 및 분양업무까지 대행해 주기 때문에 합법적인 사업가로 위장한 조직폭력배들에게는 커다란 유혹”이라며 “앞으로 개발신탁 사업이 투기사업화 하지 않도록 신탁계약 체결요건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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