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법원에서는 건설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판결이 나왔다. 수도권 지하철 7호선 연장선 1~4공구(서울구간) 간접비 청구소송에서 시공사들이 서울시에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승소한 것이다. 법원은 '서울시가 건설사가 청구한 공기연장에 따른 간접비와 이에 따른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공공공사의 공기연장으로 발생한 간접비를 받기 위한 소송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공사가 발주기관의 사유로 지연되면서 발생한 인건비와 여타 비용이 발생했으나 이를 지급하지 않는 탓이다. 비록 최근 판결이 유리하게 나왔으나 건설업계는 소송으로 인한 추가 비용 발생을 호소하며 애초에 간접비가 지급되도록 제도 개선을 요청하고 있다.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2010년 이후 국토부와 철도시설공단·도로공사 등 국토부 산하기관과 진행 중이거나 제기할 예정인 간접비 청구 소송은 지난 9월 현재 총 32건, 소송 금액만 2,692억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로 동해남부선 철도 부산~울산 공사를 수행한 S건설은 철도시설공단과 간접비 소송을 진행 중이다.
건설사와 지자체와의 소송전도 잇따르고 있다. 앞서 예로 든 지하철 7호선 소송 외에도 서울시는 시내의 랜드마크 공사를 수행한 A건설로부터 최근 간접비 청구소송을 제기당했다. 용인시 역시 B건설사와 간접비 지급 여부를 놓고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간접비 소송이 본격화한 것은 3~4년 전이라는 업계의 전언이다. 예전에는 발주처와의 관계를 생각해 공기 지연에 따른 간접비를 포기하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최근 건설업계가 어려워지면서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진 것.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자기 권리는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커져 소송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간접비 소송에서 건설사들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들이 나오면서 애초에 발주기관과 협의를 통해 간접비를 지급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가계약법에는 발주기관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공기연장의 추가 비용에 대해서는 실비로 반영해 계약금액을 조정하도록 돼 있으나 이것이 기획재정부와의 사전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보니 발주기관들이 금액 조정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재부 '총사업비 관리지침'의 발주기관 자율조정 항목에 '공기연장 등 기타 계약 내용 변경'이 포함되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단서 하나가 없는 탓에 발주기관이 간접비 협의에 지지부진하다"며 "발주기관의 조정 가능성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제도개선에 있어 미온적인 모습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관리지침 개정은 조심스럽다"며 "아직 그 부분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