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월 16일] 혁신도시 계획 전면 재검토해야

참여정부가 혁신도시 건설의 근거로 제시한 보고서가 엉터리로 작성됐다는 감사원 조사 결과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혁신도시는 참여정부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불균형을 시정한다며 오는 2012년까지 지방의 10개 거점도시에 175개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43조원의 재원이 투입되고 이전이 이뤄지면 해당 기업 임직원은 물론 그 가족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사를 할 수밖에 없는 나라경제와 국민생활에 파장이 큰 사업이다. 이렇게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는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가 정권의 입맛에 맞게 조작됐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보다 엉터리 보고서를 만들어 국민을 호도한 것이 문제다. 국토연구원의 용역의뢰를 받은 안양대 조규영 교수팀은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부가가치가 비수도권은 1조3,000억원 증가, 수도권은 1조원 감소해 결과적으로 3,000억원 증가에 그친다는 보고서를 냈다. 참여정부는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이를 감추고 국토연구원 직원을 시켜 이를 4조원으로 늘렸다고 한다. 참여정부의 도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혁신도시 사업은 시작할 때부터 효과에 의문이 많았다. 지금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모든 기능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현실에서 공기업만 지방으로 옮긴다고 해서 지방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미 혁신도시 가운데 5곳이 기공식을 가졌고 토지보상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문제가 많지만 지난 정부가 박아놓은 대못 때문에 중간에 사업을 그만두기도 쉽기 않은 실정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계륵(鷄肋)이라 하는가. 이제 와서 사업을 변경한다면 지역주민들이 반발할 게 뻔하다.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ㆍ통폐합도 변수다. 조성원가가 인근 산업단지 분양가보다 비싸 기업들이 이전을 꺼리는 것도 걸림돌이다. 고분양가로 주택 미분양이 늘어날 것도 걱정이다. 혁신도시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새로운 방향설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기존의 혁신도시 방안 외에 보다 효율적인 균형발전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별 효과도 없는 사업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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