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각규 무역진흥기금 관리위원장
나는 김 회장과 동향(同鄕)도 아니고 활동분야도 전혀 다르다. 그런데도 김 회장과 20년이 넘는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이웃사촌`에서 비롯됐다. 70년대 후반 경제부처에서 근무했던 나는 당시 서교동에 살았는데, 마침 이웃에는 원양어업을 하던 김 회장이 살고 있었다. 이웃 간의 정을 나누면서 시작된 인연이 서로의 분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참 좋은 이웃을 만난 셈이다.
김 회장은 일반적인 재계의 오너상(像)과는 다른 점이 많다. 그는 국내 어느 기업인보다 학구열이 높아 바쁜 와중에도 국내는 물론 하버드대의 경영대학원에서도 수학한 바가 있다. 뿐만 아니라 매년 일본에서 개최되는 경제단체 연찬회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하면서 항상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얻고자 노력한다.
또 문학적 소질이 뛰어난 분이다. 독서를 즐겨 해 해외출장 중에도 틈만 나면 서점에 들른다고 한다. 김 회장이 출장중에 사서 내게 일독을 권한 책이 지금도 내 서고에 적잖이 보관돼 있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나 역시 이런 김 회장과 의기가 투합되어 하버드 대학에서 함께 공부도 하고, 공직은퇴 후에는 일본에서 열리는 세미나에도 함께 참석하면서 우정이 더욱 돈독해졌다. 그러나 내가 김 회장과 오랫동안 우정을 나누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기업가답지 않은 그의 소탈한 인간미와 소박함 그리고 진실성 때문이었다.
사람과의 첫 인연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지지만, 그 인연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는 것은 본인에게 달려있다. 사회활동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같은 무역센터 내에서 김 회장과 함께 마지막 봉사를 하게 되어 더욱 기쁨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