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대기업 시장잠식에 벼랑끝"

고유업종제 폐지후 8개월새 97개사 폐업
재생타이어·사무용가구 시장등 곳곳서 마찰
중기중앙회 "업종별 유예기간 설정등 대책을"



中企 "대기업 시장잠식에 벼랑끝" 고유업종제 폐지후 8개월새 97개사 폐업재생타이어·사무용가구 시장등 곳곳서 마찰중기중앙회 "업종별 유예기간 설정등 대책을" 한기석 기자 hanks@sed.co.kr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 폐지 이후 대기업의 중소기업 시장 진출이 잇따르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마찰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이로 인한 대규모 도산 위기를 호소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에 이어 금호타이어가 최근 재생타이어 시장 진출을 준비하면서 영세 중소기업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006년 이 시장에 진입해 올해에만 5만개의 재생타이어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오는 7월께 진출할 예정으로 한국타이어와 비슷한 수준의 판매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에는 그동안 50여개의 중소기업들이 참여해 연간 40만개 정도의 재생타이어를 생산해왔다. 이들은 한국타이어가 시장 잠식을 위해 재생타이어를 기존에 형성된 가격보다 싸게 판매해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으며 특히 재생타이어의 원자재가 되는 자사 중고타이어를 고가에 사들이며 싹쓸이해 원자재 구득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고객이 재생타이어를 원하기 때문에 서비스 차원에서 생산하는 것이지 시장 잠식 의도는 없으며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금준 타이어공업협동조합 전무는 “대기업이 말로는 고객서비스 차원이라고 얘기하면서 실제로는 시장을 잠식해 영세 중소기업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2010년이 되면 두 대기업이 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앞서 가구조합은 삼성 그룹의 소모성 자재 구매 기업인 아이마켓코리아가 사무용 가구 시장에 진출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진출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가구조합 관계자는 “중소기업끼리 경쟁하고 있는 분야에 대기업이 진출하는 것은 시장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기업은 자기들이 갖고 있는 인적ㆍ물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 시장을 개척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이마켓코리아 측은 “직접 제조를 하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으로부터 납품을 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오히려 시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고유 업종제도가 폐지된 지난해부터 대기업의 중소기업 시장 진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고려아연이 아연말 제조 사업 참여를 비롯해 한솔제지의 지류도매업 진입, SK네트웍스ㆍGS칼텍스의 자동차 부분정비업 진출 등이 잇따랐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됐다 풀린 17개 업종에서 폐지 후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문을 닫은 중소기업이 지난해 8월 현재 97개에 달할 정도로 피해가 심했다. 중소기업들은 고유업종 제도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법적 장치로는 사업조정 제도(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해당 업종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우려가 있을 때 양자간 조정을 통해 2년간 대기업의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가 있지만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조정이 받아들여지더라도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2년밖에 늦춰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정명령을 위반하더라도 5,000만원 이하의 벌금만 물면 되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는 일본처럼 대기업의 시장진입을 유예하는 기간을 업종별로 상황에 따라 별도로 정하거나, 5년 이상 무기한으로 바꿔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충분한 여유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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