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피해로 인한 경기회복 지연 우려로 국고채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채권금리가 급락(채권값 급등)하는 등 채권시장이 단기랠리 조짐을 보이고 있다. 15일 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 금리가 두달만에 4.30% 대를 깨고 내려간 것도 안전자산인 국고채에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지표 부진으로 인한 미 국채 금리가 급락한 가운데 태풍 `매미` 충격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과 주식시장 약세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금리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지난 주말 남부지방을 할퀴고 간 태풍 `매미` 여파가 단기적이나마 채권 수요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아 일부에서는 금리가 4.20%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27%에 마감했다.
신동준 한국투자증권 채권담당 애널리스트는 “태풍으로 인한 대규모 산업 피해로 상당수 공장단지의 생산 중단 및 축소가 불가피해졌다”며 “농경지 침수에 따른 농산물 물가 상승 등은 소비심리 위축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회복 기미를 보이던 경제전반에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화돼 채권시장의 단기 랠리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날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며 국고채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린 것은 당분간 채권시장의 강세가 지속될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서철수 LG투자증권 채권담당 애널리스트는 “9월말 만기도래하는 예보채 등 10조원 이상의 자금이 채권시장에 재유입될 것으로 분석된다”며 “경제 펀더멘털이 시장의 강세를 뒷받침하는 가운데 기관들의 장기채권 수요가 당분간 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태풍 피해 복구 등을 위해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경우 시장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하며 금리가 다시 반등(채권시장 약세)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동준 애널리스트는 “현재 채권시장의 수급은 시장에 우호적이지만 정부가 피해 복구비를 마련하기 위해 국채 발행 물량을 크게 늘린다면 금리가 단기 반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예비비 등 1조5,000억원 가량을 태풍 복구비로 투입하고, 피해 규모가 이를 넘어설 경우 국채 발행 등을 통한 추경예산을 편성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한투증권은 국채발행이 늘어날 경우 연말까지 매달 3조~4조원 가량의 국채 발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