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방북에 나선 지난 5일 북한에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 여사의 방북을 '순수 민간 차원'으로 제한하며 별도 루트로 회담을 제안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 여사 방북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이 여사와 북한 고위층 간 면담 불발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통일부는 지난 5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명의로 이산가족 상봉, 광복 70주년 기념행사,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등의 현안을 논의할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의하는 서한을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앞으로 발송했으나 북한이 이날 아침까지 수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여사 방북 당일에 이뤄진 우리 정부의 서한 발송에 대해 북한은 불쾌한 반응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여사와 함께 방북한 김대중평화센터의 한 관계자는 "방북 다음날인 6일 정부의 대화제의 사실을 알게 됐다"며 "당혹스러웠다"고 언급했다. 통일부는 서한 발송 시점에 대해 "이 여사 방북과 연관관계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8·15 이전에 시급한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남북 현안을 풀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많아 경원선 기공식 직후에 보내는 게 가장 좋겠다는 판단에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서한 수령 거부에 대해 "남북관계에 대한 초보적인 예의도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여사의 방북은 개인적인 민간 차원의 방문이기 때문에 그쪽을 통해 공식적인 문건을 전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북한이 이 여사 방북 건과 서한 발송을 연계시키는 것은 자기들의 입장을 합리화시키려는 태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