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도 크고 경제력 있는 남자가 좋아요. 건강한 체력은 필수죠.” 비단 풋풋한 나의 ‘왕자님’을 찾는 신세대 여성들의 희망사항만은 아니다. 고희(古稀)를 눈앞에 둔 짝 잃은 할머니들이 이번 주말 제 2의 천생연분을 찾으러 나들이를 떠난다. 바로 광진구 ‘실버미팅’ 행사다. 광진구는 “오는 13일 서울 광진노인종합복지관에서 홀로 되어 적적한 삶을 보내고 있는 독신 할머니ㆍ할아버지 어르신들을 위한 실버미팅을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2004년 첫 개최 이후 올해로 세 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바로 ‘청춘을 돌려다오! 우리는 만나야 한다’는 것. 광진구 실버미팅은 서울 시내 독신 노인들이 공공장소에서 마음껏 이성에게 구애작전을 펼칠 수 있는 서울의 대표적 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를 위해 구는 지난달까지 서울시 각 자치구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쇄도한 할머니ㆍ할아버지 미팅 신청자들을 선별, 총 25쌍을 확정했다. 주 연령대는 65세 이상부터 70세 안팎으로 이날 행사에서 댄스 스포츠, 매직쇼, 커플맺기 게임 등을 펼치며 자연스럽게 만남의 기회를 갖게 된다. 특히 독신 할머니들은 미팅 참가 신청서에 “얼굴은 안 보겠지만 남자의 경제력은 필수다”, “키는 170cm 이상 돼야 한다” 등 자신의 커플이 될 할아버지에 대해 거리낌 없이 섬세하고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적어 구 실무자들을 놀라게 했다. 사회복지과 김은정씨는 “남은 여생을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으셔서 인지 ‘건강’을 첫째 조건으로 꼽은 분들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