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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근무로 영업 경력 쌓고 내부 평가후 자격 주어져
경쟁 점포 수시 방문 가격 정탐 예사…휴일 근무 다반사
하루 매출 달성률 본사서 집계 실적 나쁘면 강등되기도
"성과 압박 크지만 성취감도 큰 편" 억대 연봉자도 수두룩 1993년 이마트 창동점이 오픈한 이래 국내 유통시장에 '할인점'이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된지 10여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계속된 각 업체들의 적극적인 출점으로 현재 주요 업체의 대형 할인점은 신세계 이마트가 129개, 홈플러스 118개, 롯데마트 86개점 등을 포함해 무려 400여개에 이른다. 이미 포화상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할인점 시장은 성장기를 넘은 성숙기에 도달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업계에서는 오늘의'할인점 전성시대'를 이끈 주역으로 점장들을 첫 손가락에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점장들은 말 그대로 매일같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적게는 300여명, 많게는 1,000여명의 직원을 통솔하며 타 점포와의 매출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일상은 국내 유통시장의 치열한 현실 그대로를 반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할인점 점장은 누구?='점장(店長)'은 말 그대로 대형마트 점포 한 곳의 인력과 실적, 시설 등 모든 것을 관리하는 직종이다. 업체별로 점장이 되는 직군이 특별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 마다 차이는 있지만 현장 근무를 통해 영업 관련 경력을 쌓거나 점장 양성을 위한 내부 교육과정과 평가를 거치면 점장으로 근무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다만 점장이라고 해서 회사 내에서 모두 같은 직급인 것은 아니다. 이마트는 부장급 인원을 점장으로 발령하는데 이들은 다시 일반 부장(6년차)과 선임부장(3년차)으로 분류된다. 반면 롯데마트의 경우 점장 직급은 과장(2급 을, 갑)에서 차장(1급 을), 부장(1급 갑)까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대졸 신입사원이 8~10년 근무하면 초임 과장인 '2급 을'이 되고 이후 평균 3년 간격으로 한 직급씩 승진하는 것. 이러다보니 과장과 부장급 점장 사이의 근무연수 간격이 10년을 훌쩍 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이처럼 점장간의 개인차가 상당한 만큼 각 업체들은 면적과 매출 크기에 따라 점포를 몇가지 등급으로 나누고 이에 맞춰 점장을 파견한다. 조성민 홈플러스 강서점장은 "전국 점포를 직영매출 기준으로 7개의 '클러스터'로 분류해 높은 등급의 점포는 경력이 많은 부장급이, 낮은 경우에는 보통 차장급 직원이 점장을 맡는다"며 "다만 초짜 차장도 실적이 좋으면 큰 점포를 맡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관리직이기는 하지만 점장만큼 현장에서 발로 뛰어야 하는 직군도 없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매장 곳곳을 둘러보며 점검하는 것은 물론 매주 시장조사를 위해 직접 경쟁 점포를 방문하고 추석 연휴와 같이 일손이 하나라도 더 필요한 시기에는 직원들과 함께 물건 나르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일년 중 거의 쉬는 날이 없는데다 점포에 따라 24시간 영업하는 곳이 많은 할인점의 특성상 이른 출근과 휴일근무는 다반사다. 남명희 이마트 영등포점장은 "11시 출근이 원칙이지만 매일 9시에 나와 업무를 보고 있다"며 "점포 행사도 잦은 만큼 일주일 중 하루만 쉬기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매출에 울고 웃는 할인점 점장들=점포 운영에 있어서 점장이 신경써야 할 사항은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매출 목표'다. 매출 목표는 업체별로 본사에서 연초에 1년치를 연, 월, 일까지 정확하게 나눠 점포별로 하달한다. 기준은 바로 전년 동기의 실적과 최근 트렌드. 식품도 정육과 청과, 생활용품도 주방용품과 자동차용품 등 주요 카테고리별 달성 목표치로 모두 설정돼 있어 '한 부문에서 많이 팔아 다른 부문을 때우는'식의 작전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서울 주요 상권에 입지한 덕에 전점 중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는 점포를 맡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도 없다. 오히려 '잘 나오는 만큼' 추가 매출 달성에 대한 본사의 요구가 심하기 때문이다. 조성민 홈플러스 강서점장은 "본사의 상권 분석팀이 각 점포별로 설정한 '최소 매출 목표치'가 있다"며 "아무리 상권이 좋아 매일 매출이 잘 나온다고 해도 이를 채우지 못하면 압박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매일 영업 마감에 맞춰 본사에서 제시한 매출 목표를 기준으로 한 일 매출 달성률과 월 누계 등이 본사에서 집계되고 이 자료는 다음날 아침에 각 점장들에게 발송된다. 한 점장은 "매출 누계에다 전년과 전월 신장률, 여기에 전점에서 내 점포가 매출 몇 위인지 까지 공개된다"며 "매출이 좋을 때는 상관없지만 부진할 때는 매일 아침 내용을 확인하는 것조차 엄청난 스트레스였다"고 토로했다. 특히 매출 변동폭이 큰 점포의 점장에게는 바로 본사 영업팀의 '압박'이 시작된다. 다른 업체의 점장은 "매출이 좋으면 점포 자체 행사 때문인지, 매출이 빠졌을 때는 인근에 경쟁점이 큰 행사를 열었기 때문이라든지 하는 보고거리를 준비해 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매일 이어지는 매출에 대한 압박은 본사에서 소집한 임원진 회의에서 절정에 달한다. 주요업체들은 대부분 한 달에 1~2회 정도 전국 전장들을 모아 각 점포별 경영실적을 보고하는데 영업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던 점장은 이 자리에서 말 그대로 '깨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로 한 점장은 "모 업체의 경우 올해 실적 부진을 이유로 큰 점포를 맡던 점장 7명을 소규모 점포로 발령시키는 '강등'시키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매출 실적은 할인점과 생산업체와의 '갑(甲)과 을(乙) ' 관계도 일시적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 송승원 롯데마트 서울역점장은 "매출이 잘 나오지 않는 점포는 생산업체들도 제품을 납품하기 꺼려한다"며 "그만큼 파견, 판매사원을 적게 보내는 것이 이들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전국 롯데마트 점포 중 매출 2위인 서울역점의 경우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초A급'으로 분류돼 특별하게 진행하는 제품 단기 행사와 주말 아르바이트의 경우 판매 인원들로 항상 붐빈다. ◇끝없는 치킨게임= 매출목표 달성이라는 지상 과제 아래 벌어지는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점장들의 노력은 그야말로 눈물겹다. 점장들이 첫 손가락으로 꼽는 가장 확실한 전략은 '가격 할인'이다. 일반적으로 해당 제품에 대한 가격은 본사의 해당 MD(상품구매자)팀에서 전점에 동일하게 하달하지만 일부 상품에 대해서는 각 점포 점장에게 가격 조정 권한이 주어진다. 이러다보니 경쟁점을 대상으로 한 시장조사는 필수다. 조성민 홈플러스 강서점장은 "매주 2번씩 이마트 가양점에 가격 조사를 나가다보니 이제는 그곳 직원들이 얼굴을 알아볼 정도"라고 말했다. 연초 인근 경쟁점포와 삼겹살 가격을 놓고 무한경쟁을 벌였던 이마트 영등포점의 남명희 점장은 "당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영등포점에 1~2시간 단위로 계속 직원을 보내 거의 실시간으로 가격을 파악해 여기에 맞춰 삼겹살 값을 내렸다"고 말했다. 당시 경쟁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삼겹살은 점포의 간판이자 가격에 따라 수요가 급변하는 초민감 상품인 만큼 연초에는 '경쟁사보다 무조건 10원 싸게'라는 본사 지침이 있었다"고 전했다. 물론 각 점장에게는 가격을 변경할 권한도 있지만 이와 함께 해당 제품의 이익률 관리라는 '의무'도 부과되는 만큼 경쟁점과 가격 차이가 심할 경우 본사와의 협의과정을 거치는 것이 기본이다. 다만 신규 점포의 경우 매출이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 이익률에 상관없이 가격 전부를 조정할 수 있는 전권이 점장에게 주어지기도 한다. 송승원 롯데마트 서울역점장은 "대형마트는 선점효과가 무엇보다 중요한 업태"라며 "한번 비싸다는 인식이 박히면 이후 아무리 가격 행사를 연다고 해도 손님들이 찾지 않기 때문에 신규점이나 초경합 지역의 경우 이익률은 포기하고 경쟁점 보다 무조건 싸게 가격을 매긴다"고 말했다. 다른 경쟁점과는 가격경쟁을 한다면 같은 회사의 점포들 간에는 인기 상품의 물량을 누가 더 많이 가져오는가를 겨루는 '물량경쟁'이 치열하다. 거의 매주 진행되는 업체별 전단 행사에 맞춰 점포별로 본사에 물량을 요청하는데, 단기 행사가 해당 점포에 미치는 매출 상승효과가 상당한 만큼 점장들 사이에 물량 확보를 위한 치열한 로비가 벌어진다. 한 점장은 "본사의 매입팀장이 점포별 물량을 할당하는 권한이 있는 만큼 평소 식사 자리도 가지며 '관리'에 나선다"며 "물량이 부족할 경우 '우리 점포 판매량이 얼만데 이 것 밖에 안 주냐'며 고성이 오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힘들어도 짜릿하다= 점장들은 그들만이 느낄 수 있는 높은 성취감이 힘든 매일을 이어가도록 하는 원동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송승원 롯데마트 서울역점장은 "하루 매출 목표를 달성했을 때 매장에 울리는 음악을 들으면 이제까지 쌓였던 피로가 모두 사라진다"고 말했다. 업무 성과가 실시간으로 수치화돼 보여지는 만큼 때로는 압박도 느끼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크다. 매출 성과를 거뒀을 때의 보답도 상당하다. 해당 점포의 매출은 점장들의 인사고과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점포 매출은 점장급 인사의 성과 평가에 50%를 차지한다"며 "1년에 두 차례씩 같은 직급의 점장들을 모아 매출별 순위를 매기는 데 이 수치가 평가 기준"이라고 밝혔다. 성과를 중시하는 직군인 만큼 연봉차이도 극심하다. 조성민 홈플러스 강서점장은 "다양한 직급이 점장을 맡고 있는 만큼 기본급은 다른 부서와 동일하게 호봉에 맞춰 제공한다"면서도 "성과급의 비중이 큰 만큼 점장 사이에서도 연봉이 1,000만원 넘게 차이 나는 경우도 많고 억대 연봉자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부장급보다 연봉이 더 높은 차장급도 있을 정도로 업무 성과에 대한 대우는 확실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