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의 경고

그러나 세계경제는 아직도 불안요인이 적지않은 것이 사실이다. 전후 최악의 경제위기의 상처가 워낙 깊어 또다시 돌발악재가 터지면 위기는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외환위기를 겨우 넘긴 우리가 국제결제은행(BIS)의 연례보고서 내용에 주목하는 것도 이때문이다.보고서가 미국발(發) 세계경제위기를 지적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미국경제가 과열되어 연착륙에 실패하면 세계경제가 큰 충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BIS의 분석은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MIT대 교수의 최근 경고와 너무나 흡사하다. 미국이 경기과열을 식히기위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소비가 급감, 미국경제가 곤두박질할 위험성이 크다는 크루그먼 교수의 분석이 바로 미경제가 연착륙에 실패했을때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발 세계경제위기가 정말 오면 한국 등 경제위기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은 뻔하다. 당장 수출확대와 외자유치 등에 엄청난 차질을 빚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BIS가 지난 97년 아시아환란을 전혀 예측치못한 자책감으로 이번엔 새로운 위기의 그림자를 너무 부풀린 인상을 주고있기는 하다. 그러나 아시아환란을 어느 정도 예견했던 크루그먼교수의 전망과 거의 일치하고 있는 점에서 그냥 넘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경제가 BIS의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가지않더라도 우리에게 불리한 여건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이제 시간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세계금융위기극복을 위해 풀었던 달러화를 이제 거두어들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경제위기국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경기회복을 위한 우리의 저금리정책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 연일 치솟았던 증시가 폭락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미국달러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BIS가 지적한 점도 부담스런 대목이다. 적정 환율로 잡은 달러당 100엔선은 엔고(高)의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반길만하지만 그리 간단치않다. 원화강세가능성이란 불청객도 함께 올 수 있어 수출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1년반만에 외환위기를 극복했다며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아시아가 최근 잘못된 안도감에 빠져들고 있다고 경고한 점은 우리를 두고 한말이다. BIS의 지적대로 기업의 막대한 부채와 과잉설비가 해소되지 않으면 해외의 급격한 충격에 다시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너무나 빨리 풀린 사회적 분위기를 다시 다잡아 개혁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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