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타격 없었지만 재발 불씨 여전

■ 삼성 휴대폰 일부 협력사 납품중단
협력사들, 수익성 악화로 불만 누적 "협상 계속"

“고인 물이 드디어 터졌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서 벌어진 휴대폰 생산차질을 바라본 협력업체들은 “터질 것이 터졌다”며 이번 사태의 여파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비록 10시간 만에 수습돼 휴대폰 생산에 큰 타격을 주지 않았지만 사태 재발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삼성전자로부터 부품 단가 압력을 받아 수익성이 악화된 협력업체들의 불만이 누적돼 있어 또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협력업체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요구사항을 어느 정도라도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사태 재발의 여지로 남아 있다. 부품 납품을 거부한 협력업체의 한 관계자는 “부품 납품을 재개했지만 납품가 인상 협상을 계속 할 것”이라며 “만약 합리적인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또다시 부품 공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삼성전자가 원가절감을 위해 협력업체에 어려움을 전가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최지성 사장 취임 후 프리미엄 전략에서 물량 확대로 전략을 수정하면서 보급형 저가 제품 생산을 급격히 늘렸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직접 협력사와 함께 물량ㆍ단가를 조정해왔던 방식에서 100여개의 협력업체들을 총괄하는 중간 하청업체를 두는 것으로 방식을 변경했다. 이 중간 하청업체는 물량과 해당 부품을 제안하면 가장 저렴한 단가를 제안한 회사를 채택하는 전자입찰제를 실시하면서 협력업체들은 극심한 원가절감 압력에 시달리게 됐다. 삼성전자 측은 이에 대해 “지난 4월 로스비용(주문량에 미달한 것)을 2배로 올려줬지만 협력업체들이 지난해 것까지 소급해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서로 원만한 해결책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납품가 인상과 함께 해외 동반진출을 더욱 늘려 원가를 절감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미사업장의 경우 중국ㆍ베트남 등지에 비해 원가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해외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이 비율을 더욱 늘려 서로가 상생하는 토대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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