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2000/특별기고] 중견기업연합회 박승복회장

불과 이태전만 해도 과연 새 밀레니엄을 희망속에서 맞이할 수 있을까하고 걱정했다. 그러나 그 어려운 역경을 잘 참고 극복하여 밝은 마음으로 동해에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을 바라볼 수 있게 됐으니 우리민족은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우리는 확실히 국운상승기에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20세기 우리 민족의 역사가 고난과 영광의 역사였지만 세기의 종착점에서 우리는 똑같은 역사의 반복을 경험했다. IMF라고 통칭되는 한국전쟁이래 최대의 국난을 맞아 깊고 깜깜한 빛을 발견했던 것이다. 이것은 근로자들이 절제와 인내로 어려움을 묵묵히 받아들였으며 기업은 또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경기회복을 국가경쟁력으로 구조화시키기 위해서는 경제·사회 각 부문의 개혁이 지속적으로 실천되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없는 경기호황은 또다른 거품일 뿐이다. IMF사태가 진정으로 우리경제의 전화위복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 엔고 등 이른바 3저호황에 현혹되어 산업체질 강화의 호기를 놓쳐버린 뼈아픈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비용절감 노력을 철저히 하고 기업의 전체역량을 핵심부분에 집중하는 구조조정노력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기술개발과 혁신의 분위기를 다시 살려야 한다. 산업구조의 골격을 과거 재벌중심의 톱-다운 방식에서 중소 벤처기업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정부의 정책은 올바르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은 기업의 특성상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오랫동안 우리경제에 체질화된 원·하청관계를 무리하게 부정해서도 안된다. 이러한 정책전환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한 업종만을 영위하여 전문기술을 갖춘 중견기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약 2,000개로 추정되는 우리나라의 중견기업은 법적으로는 중소기업을 졸업했지만 현실적으로 재벌기업에 버금할 수 없는 기업을 말한다. 이들은 정부의 지원이나 관심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지만 생존력은 매우 강하다. 중견기업이 재벌기업과 중소 벤처기업의 특성을 조화롭게 아우를때 우리산업의 효율성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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