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차이나. 디자인드 바이 캘리포니아. 요즘 우리가 열광하는 애플사의 아이폰 뒷면에 표기돼 있는 제품 생산 정보다. 제조공장은 중국이지만 디자인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탄생했음을 병기하고 있다. 지구 반대쪽에서 나온 아이디어와 영감을 통해 전혀 낯선 장소에서 물건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품 하나가 지구 한 바퀴를 돌아서 만들어질 만큼 세계는 한층 가까워졌다. 뉴욕타임스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런 현상을 일컬어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고 표현했다. 프리드먼은 평평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평범함보다 비범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장벽이 많은 세계에서는 평범함이 서로 충돌하고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국경의 장벽이 사라진 평평한 세계에서는 게임의 법칙이 전혀 다르다. 평범함은 더 이상 생존을 담보해주지 못한다. 게다가 글로벌 시장은 점점 독과점화되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다른 기업과 대체될 수 없는(untouchable), 즉 자신만의 독보적이고 차별화된 브랜드가 있는 비범한 기업에 평평한 세계는 오히려 축복일 것이다. 일본 대지진 등으로 투자자들의 고민이 어느 때보다 크겠지만 좋은 주식을 고르는 기준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10ㆍ20년 뒤를 내다본다면 기업의 글로벌 생존 기반이 뛰어나고 전세계 소비자에게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검증돼왔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장기투자이론의 권위자 제레미 시겔 교수의 분석을 보면 지난 1950년대 이래 가장 좋은 수익을 가져다줬던 주식은 우리의 상식과는 다르다. 신기술 개발이나 시장 트렌드에 맞춤 상품을 출시해 일시적 성과를 창출한 기업보다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장기적으로 성장해온 소비재기업이 훨씬 우수한 성과를 냈다. 물론 이런 기업에는 일반 소비재기업 중에서도 그들만의 비범한 차별화 전략이 있었다. 크래프트푸드(크래푸드ㆍ맥스웰), 코카콜라, 리치먼드(까르띠에ㆍ바쉐론콘스탄틴ㆍ몽블랑), 루이뷔통모에헤네시(루이비통ㆍ불가리ㆍ셀린느ㆍ돔페리뇽) 등 그룹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 회사는 반세기 넘게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제품 다각화보다는 오히려 핵심 역량을 최고로 만들어 월드베스트가 된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전폭적인 신뢰가 더해지면서 오랜 기간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 그동안 '소비재 업종' 하면 백화점이나 식료품을 떠올리고 시각도 국내시장에만 맞춰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은 평평해졌고 우리 주변에 이미 많은 세계적 기업이 들어와 있다. 그냥 상표만 볼 것이 아니라 이제는 투자를 통해 그들의 이익을 공유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