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빼가기 등 신경전 가열

●ING생명 인수합병전
ING→AIA로 대거 자리옮겨 매각 앞두고 가치 하락 우려
M&A 우위 점하기 관측 속 국내 보험사는 정중동


보험사들의 인수합병(M&A)전이 급기야 설계사 빼가기 등 감정 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 여러 보험사가 해당되지만 개중에서 가장 심각한 곳은 글로벌 보험사인 AIA생명과 ING생명 간이다.

최근 AIA생명이 M&A 이슈로 소속감이 약해지고 있는 ING생명 소속의 전속 설계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업계는 AIA생명이 최근 매각을 위한 실사가 진행 중인 ING생명 아시아ㆍ태평양법인의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라는 점에서 양사 간에 빚어지고 있는 신경전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AIA생명의 설계사 빼가기를 단순히 영업력 강화 차원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한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는 "ING생명의 강력한 경쟁력이 바로 뛰어난 영업력을 갖춘 남성 설계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설계사 유출은 매물로 나온 ING생명의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AIA생명, M&A와 영업력 '양수겸장' 노려=지난 4월부터 업계에서는 AIA생명의 동향을 놓고 수군거림이 많았다. 그 골자는 AIA생명이 ING생명ㆍ메트라이프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의 전속 설계사를 거액의 스카우트 비용으로 유혹하고 있다는 것. 주된 영입 타깃은 아무래도 결속력이 무뎌진 ING생명 소속 설계사였다. 실제 4~5월 ING생명의 실력파 설계사들이 무더기로 AIA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ING생명은 설계사 수당을 올려주는 등 내부 단속에 여념이 없다는 전언이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들은 그간 대면 채널보다는 홈쇼핑 등의 채널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하지만 불완전 판매 등을 이유로 금융 당국이 규제를 강화하면서 설계사 채널을 집중적으로 보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ING생명 한국법인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큰 AIA생명의 미묘한 위상을 배경으로 한 해석도 무성하다. 현재 인수전에서 AIA생명과 겨루고 있는 KB금융지주는 객관적인 여력에서 뒤처지는데다 우리금융지주 매각건과 얽히면서 자체 동력이 분산되는 분위기다.

인수 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른 AIA생명이 ING생명과의 협상 국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물밑 행동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보험사 간 이동은 조용하지만=떠들썩한 외국계 보험사와는 달리 국내 보험사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당초 NH농협생명ㆍ현대라이프생명 등의 출범으로 설계사 이동이 활발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고 있는 것. NH농협생명은 올 들어 설계사가 100여명 남짓 늘어나는 데 그쳤고 동양생명도 지난해 말 반짝 설계사 이동이 증가한 뒤 이내 수그러들었다.

한 생보사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기, 변액연금보험 파동, 규제 강화 등이 겹치면서 영업 환경이 안 좋아 설계사 늘리기가 쉽지 않다"며 "농협보험의 경우는 아직 상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않아 설계사들의 입장에서 수입이 감소할 수 있어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 시장 상황이 다시 안정을 되찾을 경우 국내 보험업계에도 잠재된 인력의 대규모 이동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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