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검소함과 인도주의적 행보가 방문 중인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열광시키고 있다. 특권과 권위를 버리고 수수한 삶을 몸소 실천하며 정의를 위해 뜻을 굽히지 않는 그를 사람들은 특정 종교의 지도자가 아닌 세계의 지도자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방미 중인 교황의 검소한 모습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교황은 “내 방에는 생수와 바나나만 있으면 된다”며 화려한 식사를 거부했고 미국 내 추기경들을 초청하는 대규모 리셉션이나 만찬도 일절 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교황은 24일 상하원 합동연설 이후 노숙자 등 약자들과 만나 점심봉사를 했던 것처럼 방미 내내 친서민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러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는 전임 교황들과 확연하게 구분된다. 지난 2008년 미국을 방문하는 동안 뉴욕 맨해튼의 유명 식당에서 고급요리를 맛본 베네딕토 16세를 비롯해 전임자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만찬을 즐겼다. 그들은 돈이 많고 영향력이 큰 미국 가톨릭계와 관계를 강화하고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행보를 고집하고 있다.
또 전임자들이 메르세데스벤츠의 수억원짜리 방탄차를 이용했던 것과 달리 항상 소형차를 의전차량으로 활용한다. 지난해 8월 한국을 찾았을 때 기아차의 ‘쏘울’을 탔던 그는 올 초 필리핀에서는 ‘지프니’를 이용했고 방미 중에는 피아트 소형차 ‘친퀘첸토’를 타고 있다.
그의 반지와 목걸이도 검소함을 대변한다. 전 교황들은 사도 베드로와 열쇠 문양이 새겨진 금반지를 주로 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추기경 때부터 쓰던 20년 된 은반지와 23년 된 철제 십자가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인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또 있다. 교황은 전 세계의 사회·정치 이슈 등에 대한 소신 발언을 통해 적극적으로 현실 문제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세월호’ 사태 때도 안타까움을 표명한 교황은 기후변화, 난민 문제 등에서 항상 약자들을 대변하며 인도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그에 대해 NYT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틴 루서 킹 목사 이상의 존재”라며 “그가 말하면 수백만명이 경청한다. 무슬림도, 개신교도, 힌두교도, 무신론자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의 한 힌두교 성직자는 “교황은 종교 지도자라기보다 세계 지도자”라며 “그가 현실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데서 많은 희망을 본다”고 극찬했다.
24일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도 교황은 변함없이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난민사태를 언급하면서 “이민자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버려야 한다. 그들의 수에 놀라 물러서지 말고, 그들의 얼굴을 쳐다보고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등 그들을 인간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에서는 애덤 시프 민주당 하원의원 주도로 교황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주장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