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GRADE 한국의 노사문화] 3-2.법과 제도개선 필요하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우수한 노사관행을 지속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향후 경제성장의 관건”(도널드 존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한 국가의 노사관계는 기업경쟁력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필수 조건이 됐다.노무현 신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역시 건설적인 노사관계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이뤄내기 어려운 목표다. 우리나라는 특히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커다란 걸림돌로 인식돼 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연초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새정부가 가장 최우선으로 규제개혁을 해줘야 할 것으로 `노동 및 노사부문에 대한 각종 제약조치 개선`을 꼽았다. 설문조사에선 노동 유연성을 갖추지 못하면 한국경제의 도태가 불가피하다는 위기의식마저 짙게 배어있었다. ◇정치성 배제가 관건=노동부와 전문조사기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최근 들어 `법과 원칙`을 무시한 이른바 불법 노동분규가 상당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불법파업도 이기면 합법`이라는 정치적 인식(?)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파업→노사간 책임전가와 추궁→재파업→타협`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가운데 개별 사업장의 파업이 지역단위 또는 산업별 단위로 확산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심각한 노사분규를 경험했던 효성 울산공장의 경우 개별 사업장의 노사분규가 울산 지역 전반으로 퍼져간 대표적인 사례. 효성 울산공장은 파업여부에 대해 찬반투표를 하던 중 노조측이 불리해지자 개표를 갑자기 중단하고 파업에 돌입했으며 비슷한 갈등을 겪던 인근 태광산업, 고합 노조가 연대파업에 들어가 사태를 키웠다. 김태기 단국대 노동경제학 교수는 “노사문제의 경우 분쟁 해결의 시스템을 보완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면서 “상황 논리로 법을 집행하기 보다 공정성과 일관성을 지켜 법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균형의 법, 제도 마련해야=한국에서만 20년 넘게 경제관련 업무를 해온 제프리 존스 주한미상공회의소 명예회장은 “지난 60~70년대 노동관련 법, 제도가 지나치게 기업편향적이었다면 80년대말 이후 노동편향적인 것도 역시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이제는 노사관계가 어느 일방에 치우치기 보다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국내 노동시장의 고질로 꼽히는 경직된 고용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존스 회장은 “한국도 출생률이 저하되면서 멀지 않아 노동력부족이 생겨날 수 있다”면서 “해고가 자유롭게 이뤄지면 그만큼 새로운 채용시장 형성도 이뤄진다는 점을 노사모두가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사회적 파트너십`에 기반을 둔 노사관계의 국가경쟁력 향상이 세계 일류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핵심과제로 대두됨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사관계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노동보호법의 경직성을 해결하는 개혁, 임금결정구조의 유연화 등 기업의 경쟁력 확보와 고용의 창출 안정을 조성하고 기업들은 `고객만족은 근로자 만족에서 시작된다`는 참여 협력적 노사관계 구현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정부와 경찰, 검찰이 노사분규에 대해 개입을 꺼려하는 입장이 뚜렷하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이슈가 되고서야 개입하는 등 노사분규가 장기화하는 기반이 잠재한 상황도 해결해야 할 대상이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 들어 5년간 파업 사업장에 경찰병력을 투입한 것은 28건으로 이전 정권 보다 대폭 줄었다. 기업들과 경제단체의 노사분규 접근도 시정해야할 부분이 적지 않다. 여천NCC의 경우 대림과 한화의 합작기업이라는 특성상 노사문제 해결을 두고 양사 출신 경영자들이 대립하는 모습을 보인 사례가 있다. 지역 공단 총무팀 관계자들은 “각종 상위 노동단체 관계자들과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타 사업장 노조간부들이 선동과 기업운영을 방해하는 것은 반드시 정부가 막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진흙을 묻히겠다고 결심할 때 양 극단을 이어줄 끈이 마련되고 동시에 완충지대가 형성된다. 파업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아일랜드는 87년에 국가가 몰락위기까지 처했으나 정부의 끈질긴 설득과 기업, 노조의 화합으로 무너져가던 국가경쟁력을 일으켜 세워 지금은 유럽내 국가경쟁력 1, 2위를 다투는 국가로 변모했다. [도입해야할 노사 법ㆍ제도]ㄴ사문제 조정 노동委 강화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는 노동시장의 효율성ㆍ유연성 구축이 시급하다” 이승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는 노동시장의 효율성렝?Ъ봉?얻기 위해서는 경영상 정리해고가 자유롭고 파견근로대상업무의 제한을 철폐하는 동시에 파견기간의 폐지 또는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성과보상과 연계된 임금체계로 정비하고 법정퇴직금제도 폐지, `기업연금제도`로 전환하는 등 국제기준에 맞는 기본제도 개편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파업 역시 일부에 의해 무리하게 강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파업찬반투표를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은 79년 철의 여제 대처가 집권한 이후 노조원들이 노조간부의 견제에서 벗어나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 있도록 `우편투표제`를 도입해 파업을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 밖에 정치적 타협에 의해서가 아닌 법ㆍ제도에 의해 노사문제를 해결하려면 조정기능을 전문화하고 심판기능의 공정화 등 노동분쟁해결을 지원하는 노동위원회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신속하고 효율성 있는 노사문제 해결을 위해 기본적으로 참여자 수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전국 노동관련 업무를 노동부가 주관하고 있지만 지방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별도로 관할을 맡으면서 업무처리가 겹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성부에 넘어가 있는 여성관련 노동문제도 역시 통합할 필요가 있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법ㆍ원칙 따르는 노사관계가 기업경쟁력 강화의 열쇠 지난해 우리 국민은 뜨겁고 하나된 감동으로 6%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경제전망에 대한 기업인들과 소비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및 유가의 급등 가능성, 북한의 핵개발 위험, 세계경제의 더딘 회복 등 주변 여건의 불확실성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세계적인 석학들이 들려주는 한국 경제에 대한 고언 속에서 우리 국민들은 밝은 미래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비전과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다만 그 선결과제로 제시되는 `신뢰에 바탕을 둔 협력적 노사관계` 달성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이는 우리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본 바탕이며 동북아 중심국가로서의 도약을 위한 기틀임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외국투자가들로부터 개선돼야 할 최우선 대상으로 지적받았으며 기업경쟁력 강화의 가장 큰 장애요인이다. 이러한 장애요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분규과 갈등만 보여지는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세계 속 일등기업이 아니면 생존할 수 없는 냉혹한 경제 현실에 대한 노사간 인식공유를 바탕으로 눈앞의 분배에 집착한 과도한 요구를 자제하고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함께 하는 성숙된 노사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노사는 보다 진지하고 성실한 대화와 타협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노사 모두 상생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며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열린 마음과 자세를 가져야 한다. 연례행사가 된 파업과 위력을 앞세운 집단행동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현행법의 엄정한 집행과 함께 법ㆍ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조합원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한 파업 요건을 3분의 2 이상의 동의로 강화하고 조합원 개개인이 주위의 강압에 의하지 않고 신중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파업찬반투표의 우편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외국과 같이 파업기간중 외부인력의 대체근로를 전면 허용하여 기업이 최소한의 생산활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며 파업시 근로를 제공하고자 하는 자의 정상적인 근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현행법상 처벌을 철저히 집행해야 한다. 나아가 파업불참을 이유로 한 조합원간 물질적 정신적 폭력에 대한 처벌규정도 신설함으로써 다수의 이름을 빌린 소수의 투쟁, 즉 차명투쟁을 근절시켜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의하더라도 우리 나라의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규제가 27개 회원국중 두번째로 높게 나타나는 등 기업경쟁력 강화의 걸림돌로 늘 미흡하다고 지적받아 온 고용 유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30조에 의한 해고제한제도와 부당해고 구제절차에 의해 근로자는 원직복직 등 보호를 충분히 받고 있으므로 부당해고와 관련 사용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5년 징역)은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삭제해야 한다. 또한 법원에 의해 해고무효가 최종 확정되더라도 이미 신뢰가 상실된 근로관계인 경우 근로자의 경제적 요구에 부응함과 동시에, 기업의 노무관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당사자 일방의 신청에 의해 법원 판결로 금전 보상과 함께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는 근로관계종료신청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연봉제 등 성과급 중심의 임금체계 전환, 직무가치 중심의 고용형태 다양화 등 기업의 인력운용상 탄력성 확보에 있어서 현행법이 제약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노동관계법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언급했듯이 사회적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노사관계는 법과 원칙이 확립된 가운데서 만들어지는 노사관계이다.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노사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약육강식의 자연현상만이 존재할 뿐이다. <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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