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자율권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는 정부가 방향을 정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한국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는 11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인근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졸업생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서다.
협회 관계자들은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은 사실상 교육내용이 동일한데도 의대를 나오면 학사학위를, 의전원을 나오면 박사학위를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의전원은 생물학과ㆍ화학과 등 비(非)의대 전공자들이 의료지식을 쌓아 연구의사 양성과 선진 의료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교과부가 의전원 4년 과정을 석ㆍ박사 통합과정으로 개설할 수 있도록 한 데 있다는 게 의과대학, 즉 ‘의사’들의 주장이다. 의대생은 석ㆍ박사 과정을 이수하는 데 6년 이상 걸리는 데 비의대 출신은 의전원에서 4년 만에 박사학위를 딴다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의전원을 운영하는 대학은 10여개. 서울대ㆍ고려대ㆍ연세대 등 대다수 대학들은 의전원 졸업자에게 석사학위만 부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대학은 박사학위까지 주겠다며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대학들이 학위를 자율적으로 수여하는 권한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과부가 일정 정도의 지침을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수시전형에서 특목고 학생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문으로 곤혹을 치른 고려대의 경우도 대학의 자율권 확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사례다.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전형요강에 따라 진행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과 함께 대학의 자율권 확대를 언론이나 사회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현재 대학의 학생 선발은 대학교육협의회가 관장, 사실상 완전 자유화된 상태다. 대교협은 대다수 유명 사립 대학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계를 극복하기 힘들다. 대학입시 문제와 관련해 회원 대학 중 일부가 문제를 일으키면 소명을 듣고 윤리위원회에 회부, 제재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율권’이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셈이다. 지난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후반 대학가를 뜨겁게 달궜던 부정입학 파문이 떠올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