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에 따른 사회 피해 규모에 비해 흡연자가 세금을 127%나 부담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술 등에 비해 담배가 중과세되고 있는 데 또다시 담뱃값이 인상되면 조세 형평성에 위반된다는 주장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0일 담뱃값 인상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담배에 대해 중과세하는 논리적 일관성을 위해서라면 술, 사행 산업 등에도 중과세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 규모 5조5,000억원에 비해 담배소비세 등 부담금이 약 7조원으로 담배소비자들은 127% 부담한다. 반면 주세의 경우 수입은 4조4,000억원, 피해 규모는 18조6,000억원으로 단 24%만 부담할 뿐이다.
아울러 담배를 하루에 한 갑씩 1년 동안 피는 흡연자가 120만원의 세금을 부담하게 되는데 시가 9억원 아파트 소유자의 1년간 재산세액과 같다고 지적했다. 담배를 주로 흡연하는 서민층인 점을 고려할 때 담뱃값 인상이 서민에게 큰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참석자인 유종일 한국개발원 교수 또한 “끝내 금연하지 못하는 서민층 흡연자들의 경우 담배 가격이 80% 오르면 체감 물가 상승률은 5% 정도나 된다”며 “이는 하루 한 갑 흡연하는 소비자의 생활비가 월 6만원 인상되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고 꼬집었다.
반면 공청회에 참석한 찬성 측 전문가들은 담배가격 인상에 따른 금연 효과를 강조했다.
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생활습관병연구센터장은 “금연정책의 효과성을 평가해 가중치를 부여한 결과 담배 가격 정책이 가장 우선순위에 있었다”면서 가격 인상에 따라 금연율이 높아질 것을 기대했다.
조홍준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저소득층이 역진적인 담뱃세를 부담하면서 건강은 더 나빠지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게 더 비윤리적”이라면서도 “담뱃세 인상으로 국민 건강 증진 효과를 거두려면 담배규제 사업과 저소득층 금연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담뱃값 인상에 찬성하는 전문가조차 개별소비세를 신설하고 제조업체·소매점의 유통 마진을 보장하는 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정영호 센터장은 “제조업체·소매점의 원가 마진을 보장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개별소비세 도입 역시 지금 사회적 논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반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