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형은행주 실적 명암… 웰스파고 울고 JP모건 웃고

웰스파고 소매금융 강점 앞세워 주당 순익 1.05달러… 전년비 14%↑
JP모건 IB 부진·법적비용 증가로 주당 순익 1.28달러… 19% 급감


미국 기업들의 어닝시즌이 본격화된 가운데 대형 은행주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모기 지대출 등 소매금융과 중소형 대출에 강점을 가진 웰스파고은행은 약진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 자산기준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투자은행(IB) 부문의 부진과 법적 분쟁비용 등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현지시간) 웰스파고는 지난 1·4분기 순이익은 59억달러(주당 순이익 1.05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주당 0.96달러)를 웃돈 것이며 17분기 연속 순이익 성장을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가 본거지인 웰스파고는 미 서부 지역 최대 은행이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는 다른 월가의 IB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했다. 각종 증권·원자재·환 거래에서 수년간 화려한 실적을 자랑했던 월가 IB와 달리 지역금융·중소형 대출 등 은행의 기본업무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와코비아 인수 후 2009년 투자사업부를 신설하기까지 IB업무에는 거의 발을 들여놓지 않았었다.

미 금융계는 미국 경기가 견고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역금융에 초점을 맞춘 웰스파고의 성장세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 분기 웰스파고의 대출손실총액은 8억2,5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2% 급감했다. 지역금융 부문 순익은 31% 뛰어오른 38억달러를 기록했다. 대출금 회수율이 높아지고 신규 수요도 늘면서 전반적 순익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다. 존 스텀프 웰스파고 회장은 11일 "이번 실적은 다양하게 분화된 우리 사업모델의 힘을 다시금 입증한 계기"라고 강조했다. 조사기관인 SNL파이낸셜에 따르면 웰스파고는 이미 지난해 11월 시가총액(약 2,530억달러) 기준 세계 최대 은행에 등극한 상태다.

같은 날 실적을 공개한 미 최대 은행 JP모건은 주당 순익 1.28달러로 당초 예상(1.40달러)에 못 미쳤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하락했다. 이번주 실적발표를 앞둔 월가의 IB들도 전망이 어둡다. 씨티그룹은 이번 분기 주당 순익 예상치가 1.14달러로 전년비 11.3% 감소가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주당 3.49달러의 순익을 기록해 1년 전보다 18.7%나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월가 IB들은 투자금융의 침체 속에 금융위기의 법적 책임까지 떠안으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가 대형 IB의 채권 부문 매출은 거래저조 탓에 10~20% 가까이 떨어졌다. 세계적으로 환율 변동성도 줄면서 환차익을 통한 수익창출이 어려워졌다고 WSJ는 설명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부실 주택저당증권(MBS) 상품의 판매 책임을 지고 최대 수백억달러의 법률비용을 치른 것도 월가 은행에 타격이 됐다. 지난해 JP모건이 법정 분쟁비용과 벌금으로 지출한 액수는 200억달러가 넘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95억달러에 달한다. 최근 씨티그룹도 부실 MBS 판매 책임을 지고 11억3,000만달러를 내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한 바 있다. 조사기관 NAB리서치의 낸시 부시 은행분석가는 "웰스파고와 JP모건의 차이가 이처럼 극명히 엇갈리는 것은 매우 드물다"면서 "투자금융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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