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사정 환란후 최악" 위기감

■ 정부 "스와프시장 100억弗 이상 투입"
실물경제로 파급 방치 하다간 국가경제 위협
경상·자본수지 개선돼야 근본적 숨통 트일듯


외환당국이 외화자금시장인 스와프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대규모 달러를 공급하겠다고 공식 표명한 것은 금융기관의 단기 외화유동성 부족이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정부로서는 피 같은 외환보유액을 살펴야하지만 최근 달러기근으로 촉발되고 있는 은행권의 외화대출 회수와 수출기업의 환어음매입 중단 등 실물경제로의 파급을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자칫 국가경제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단 정부의 확실한 액션으로 스와프시장의 패닉현상은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달러가뭄이 국제금융위기에 따른 금융권의 외화차입 불능으로 생긴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 적극 개입 왜?=정부가 외평기금을 풀어 최소한 100억달러 이상을 공급하기로 한 것은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화자금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부는 현재의 외화자금 시장을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은행들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단기시장에서조차 달러 차입이 막히자 외화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고 수출환어음 매입도 줄여왔다. 하지만 상황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신용경색은 더 심해지고 있는 상태다. 방치할 경우 일반 기업들에까지 영향을 미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이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일주일짜리 ‘론(차입)’도 없어져 모두 하루짜리 달러 차입인 ‘오버나이트’로 거래하고 있다”며 “가장 타격이 큰 부분은 외화유동성”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도 “현재 국내 금융권에서 최대 리스크는 외화유동성”이라며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외화유동성 상황이 굉장히 악화됐고 장기 자금조달은 거의 다 막혔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현재 외환보유액을 기준으로 약 800억달러가 가용외환”이라면서 “이 규모가 향후 상황을 감당하기에 충분한지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텐데 지금처럼 큰 변동성이 1년 이상 지속되면 그것(800억달러)으로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화자금시장 최악의 상황은 넘겨=정부가 스와프시장에 개입해 오는 10월 중순까지 100억달러의 외국환평형기금을 공급하겠다는 소식으로 외화자금시장의 패닉 상황은 일단 진정되는 양상이다. 원화와 달러를 맞바꾸는 외환스와프시장에서 16일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마이너스로 돌아선 스와프포인트(현물환율과 선물환율의 격차)는 1개월물의 경우 23일 -11원까지 폭락했으나 25일 –5원50전으로 소폭 올라선 뒤 26일에는 전일 대비 4원 오른 –1원50전까지 낙폭을 만회했다. 평상시 2~3원 수준인 스와프포인트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원화보다 달러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일정 기간 내 원화와 달러를 교환하는 거래인 통화스와프(CRS) 금리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맞바꾸는 이자율스와프(IRS) 금리 차이인 스와프베이시스도 1년물의 경우 CRS 금리가 이날 50bp 올라 351bp까지 확대됐던 격차가 257bp로 줄어들었다. 달러 공급이 많아지면서 원화가치가 다소 올라간 것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정부 발언이 나오면서 스와프시장이 상당 부분 진정되는 양상을 보였다”며 “특정 금융기관에 이상설이 나올 경우 국내 외화자금시장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일단 과잉반응을 보인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개입, 근본적 해결책은 안돼=정부의 개입이 당장 달러 가뭄에 단비로 작용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시장참여자나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달러가 없다고 아우성인 은행권에서는 정부의 100억달러 스와프시장 개입에 대해 의미 있는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단기간 내 시장안정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높다. 홍승모 신한은행 차장은 “스와프시장 개입으로 최악의 상황은 지났지만 외화난이 글로벌 전망에 달린 만큼 잠재리크스는 여전하다”며 “미 구제금융안이 통과돼도 역경매 방식이라서 당장 상황이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원은 “100억달러가 적은 물량이 아니기 때문에 스와프시장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국제수지가 악화되는 가운데 정부의 개입은 명백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글로벌 신용경색이 완화돼 외화차입이 용이해지고 경상수지도 개선돼야만 외화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스와프 거래가 달러를 공여하는 게 아니라 일정기간 내 빌려주고 만기시 되돌려받는다는 점도 문제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스와프 거래는 일시적으로 외화를 빌려주는 거래고, 특히 정부가 언제까지 빌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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