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와 환경ㆍIT융합 등 신성장동력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유치 활동을 대폭 강화할 계획입니다.” 조환익(사진) KOTRA 사장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가 증폭되면서 외국인들의 투자 패턴이 금융자본 위주에서 제조업과 기술벤처 중심으로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투자유치와 수출 지원조직인 KOTRA도 이런 방향에 주안점을 두고 업무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지난 7월 부임 직후 고유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에서 제일 투자여력이 많은 아부다비와 두바이 등을 다녀왔는데 중동의 금융자본은 새만금 개발사업 같은 아시아의 개발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았다”며 “이 점을 감안해 바이오와 IT융합 같은 신성장동력 산업에서의 투자유치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급변하는 투자ㆍ수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사장 취임 이후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넣는 데 주력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KOTRA에서) 관(官)의 색채부터 빼내겠다”고 선언한 뒤 수십년간 써온 ‘해외무역관’이라는 이름을 ‘코리아비즈니스센터’로 바꿔놓았다. 조 사장은 “올해 남은 시간 동안 중소기업이 가진 수출역량을 집중적으로 쏟아 부어야 한다“면서 “KOTRA가 발로 뛰어야 할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 하겠으니 언제든 도움을 청해달라”고 당부했다. 조 사장은 “시장에 위기가 오고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KOTRA 사장이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시장에 대한 시각과 KOTRA의 목표를 얘기해보겠다”며 얘기를 이어나갔다. -시중에 달러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입니다. KOTRA의 투자유치가 시급한데요. ▦최근 투자동향을 긴급 점검해보니 올해 국가 투자목표인 120억달러 달성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금융위기로 일부에서는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것들의 집행을 망설이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좀 더 강한 믿음을 심어줄 필요가 있어요.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현재 유치 가능성이 높은 34건의 투자유치 프로젝트를 집중 관리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 중에서도 장기적 안목의 산업투자가 필요합니다. ▦지난해 유치한 외국인 투자 중 금융자본 비중이 21.8%였습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외국인 투자의 방향성이 바뀔 겁니다. 미국ㆍ유럽 등의 금융자본 투자는 줄고 대신 제조업과 기술벤처 투자액은 늘어날 것입니다. 취임 직후 아부다비 등을 돌아보니 중동의 자금도 새만금 개발사업 등 아시아의 개발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더군요. 그래서 장사는 그 방향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바이오ㆍ환경ㆍIT융합 같은 신성장동력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유치 활동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올해는 지난 1997년 이후 처음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수출 증대도 시급합니다. ▦지식경제부는 이달부터 월별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더라고요. 그러나 이는 수출이 잘돼서가 아니라 국제유가 등 수입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KOTRA가 해외 바이어들의 주문량을 확인해본 결과 한국 수출업계의 크리스마스 특수가 20~30% 정도 줄었습니다. 4ㆍ4분기에 월별 흑자가 난다고 해도 수출이 좋아 난 흑자는 아닐 겁니다. -어떻게 하면 수출을 늘릴 수 있을까요. ▦우선 4ㆍ4분기에 집중적으로 중소기업의 수출을 쏟아 부어보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중소 수출업체들을 모아 간담회를 하면서 KOTRA가 해외 현장에서 발로 뛰는 게 필요하면 뭐든지 하겠다, KOTRA를 100% 활용해달라고 했어요. 이는 중소기업이 KOTRA를 도와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당장 오는 22일에는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27개 중소기업과 함께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갑니다. 수주목표를 1억달러로 잡고 최선을 다해 상담하고 올 작정입니다. -요즘 중소 수출업체들은 당장 키코(KIKO)가 큰 고민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키코로 피해를 당한 중소기업을 다음달부터 집중 지원할 생각입니다. 규모가 작아 해외 지사를 낼 수 없는 기업의 지사 노릇을 KOTRA의 해외 코리아비즈니스센터가 대신해주는 지사화사업을 대폭 확대하려고 합니다. 사실 KOTRA도 올해 환율을 940원에 맞춰 예산을 짠 터라 환율폭등 이후 해외에 돈을 보내주기가 버겁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수출을 잘했는데 키코에 걸려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선별해서 최대한 지원할 계획입니다. -과거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시절부터 국제금융 흐름에 대한 강의를 많이 하신 거로 압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원래 글로벌 경기흐름을 잘 맞히는 편이었어요. 지난해 가을 남들이 묻지마 투자를 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주식에 투자한 돈을 다 빼라고 권한 사람이 저였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저도 자신이 없어요. 국제적 금융기관들의 우발채무가 터지고 있으니까요. 다만 원ㆍ달러 환율은 의외로 빨리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실물경제는 어떻게 보세요. ▦침체가 꽤 갈 거라고 봅니다. 미국 시장이 활발해야 중국의 소비도 늘어나고 세계의 실물경제가 잘 돌아갈 텐데요, 일단 미국 소비자들이 상당 기간 절약하는 패턴을 보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 소비ㆍ생산ㆍ고용 등 실물경제 침체는 꽤 오래 갈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세계 경제에 필요한 돈은 55조달러인데 전세계 금융자산은 167조달러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없는 게 아니라 심리가 위축돼 돈이 숨어 있는 거지요. 거꾸로 생각하면 이 돈은 언제든 다시 나올 수 있는 겁니다. 당분간 금융투자가 크게 위축된다고 가정하면 그 돈은 천천히 제조업에 투자될 것입니다. 한국은 제조업 투자에 대단히 매력적인 곳입니다. 희망이 있습니다. -현정부의 경제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참아줘야 한다고 봐요. 정도를 가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예전처럼 시장에 지시를 일삼는 그룹들이 다시 등장하면 단기적인 성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됩니다. 우려되는 것은 경제위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 등을 국수적으로 비판하는 여론이 형성될까 하는 점입니다. 우리나라가 해외 부문 활성화 없이 어떻게 삽니까. 금융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금융기관의 해외 수입 비중은 3%에 불과합니다. 매일 신용카드ㆍ주택담보대출로만 먹고 살아서는 안 됩니다. 큰 물에서 도전해야 합니다. 해외발 위기가 왔다고 해서 아웃워드 경제전략이 꺾여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그 말씀은 결국 수출이 잘돼야 잘살 수 있다는 뜻인가요. ▦한국의 수출 경쟁력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1973년부터 통상업무를 했으니 제가 증인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가발ㆍ텅스텐 팔다가 발 빠르게 섬유로 전환하고 가전ㆍ자동차로 승부하면서 한국이 세계 시장을 리드했습니다. 창의력이 살아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거라고 봅니다. 미래에 대해 스스로 비관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KOTRA의 미래상에 대한 구상은 어떤 것인지 말씀해주십시오. ▦취임 직후 KOTRA가 직면한 세 가지 위기를 직원들에게 말했습니다. 시장의 위기, 정체성의 위기, 자존심의 위기가 그것입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KOTRA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봅니다. 국가경제 발전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이 KOTRA의 미래상이 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官 색깔 없앤다" 잇단 파격 행보
간부 64%교체 대대적 인사·조직개편
외국인 코리아비즈니스센터장도 임명
자원개발등 서비스영역도 확대 나서 조환익 KOTRA 사장은 최근 간부직원의 64%를 교체하는 대대적인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조 사장은 "그렇게 많이 교체했다는 사실은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했다. "다만 적임자를 찾고자 했을 뿐인데 결과를 보니 대대적인 인사가 됐다"는 것. KOTRA 설립 이후 처음으로 코리아비즈니스센터장(옛 해외무역관장)을 외국인에게 맡긴 이유에 대해서도 "그분이 현지활동을 가장 잘할 걸로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사장의 이 같은 파격은 어느 정도 의도된 것이라는 게 KOTRA 안팎의 평가다. 조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기관의 색채를 빼내고 주고객인 중소기업에 보다 충실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며 시장친화적인 경영을 할 뜻을 밝혔고 이후의 잇따른 파격 행보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는 해석이다. 조 사장은 KOTRA의 서비스 영역도 확대해갈 생각이다. 그는 "수출과 투자유치뿐 아니라 해외진출, 자원개발, 해외인재 유치 등까지 서비스 분야를 확대해나가는 데 주력하겠다"면서 "수출의 중요성이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공기업으로서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특히 자원개발에 대해 KOTRA만의 장점을 살려 큰 역할을 해볼 계획이다. 조 사장은 "자원은 대기업조차 아직 진출하지 못한 지역에 묻혀 있는 경우가 많아 정보확보가 어렵고 속기도 쉬운데다 현지인과의 친분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것이 바로 자원 분야에서 KOTRA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앞으로 자원 분야에서 확보한 정보와 현지 네트워크를 다양한 사업을 통해 업계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약력 ▦1950년 서울 ▦1973년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1973년 행정고시 합격 ▦1975년 상공부 행정사무관 ▦1996년 통상산업부 산업정책국장 ▦1999년 〃무역투자실장 ▦2000년 〃차관보 ▦2004녀 〃차관 ▦2007년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2008년 KOTRA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