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식품업계의 가격인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식품업계의 잇따른 가격인하는 소비심리가 되살아남에 따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출혈경쟁적 요인도 있으나 보다 근본적으로 밀·원당·원유 등 국제 원자재가격과 환율안정세에서 비롯된다. 이에따라 식품업계에서 시작된 가격인하 바람은 여타 제조업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크라운제과(대표 윤영달)는 자사제품을 대대적으로 인하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12일 1차적으로 스낵 전제품에 대해 12.5~20%까지 가격을 인하키로 했다고 밝혔다. 죠리퐁·콘칩 등 500원짜리 스낵 5개 품목의 경우 중량을 늘렸고 할인점에 납품하는 4개 대형 벌크제품의 경우는 2,100원에서 일괄적으로 14.3% 인하했다.
롯데·해태제과도 최근들어 가격인하를 실시했다. 롯데제과는 하비스트와 오징어땅콩 등 비스킷 2개 제품의 가격을 500원으로 인하했으며 맥스 등 아이스크림 두종류도 가격을 600원에서 500원으로 내렸다. 해태제과도 12일부터 건과제품인 꼬네트의 가격을 700원에서 500원으로 조정하는 등 2개 제품의 가격을 내렸다.
IMF 한파에도 불구, 지난해 20% 가량 성장한 라면업계는 올초부터 본격적인 시장점유율 경쟁을 벌이며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라면업계의 다크호스로 등장한 오뚜기는 이달초 봉지면 「열라면」의 판매가격을 480원에서 450원으로 6.3% 가량 내렸다. 이후 지난해 연말 콩라면을 출시한 빙그레와 농심도 서울시내 대규모 할인판매점에서 소비자가격을 개당 500원에서 18% 할인한 410원에 판매하고 있다.
제과업계에서는 지난해말 이후부터 직·간접적인 가격인하 조치를 해온 제과업체들이 올들어서 본격적으로 가격인하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특히 식품업체들이 올들어 IMF 한파가 수그러들면서 경기가 다소 풀릴 것이라는 자체 판단에 따라 지난해까지의 수세적인 경영에서 탈피, 올해부터는 공세적인 시장공략으로 선회키로 한 것도 가격인하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따라 라면과 제과업계를 시작으로 본격화한 식품업계의 가격경쟁은 다른 제조업체로 확산될 조짐이다.
더욱이 산업생산은 물론 소비자물가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원유가격이 장기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점쳐지는 것도 물가하락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최근 미국 내 비축물량의 부족으로 13달러선까지 치솟았지만 원유생산국들의 이해가 엇갈려 감산조정이 힘들 것으로 보임에 따라 연말까지 10달러대에서 횡보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유업계는 이미 지난해 9월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던 휘발유가격을 11월과 12월에 세차례나 인하했다. 【조희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