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빈 법관’ ‘딸깍발이 판사’ 등으로 불리며 후배 판사들의 사표(師表)가 돼왔던 조무제 대법관이 내달 17일 퇴임식을 갖고 34년간 몸 담았던 법원을 떠난다.
조 대법관이 사법부내에서 ‘청빈의 전형’이 됐던 것은 98년 대법관 취임때 재산신고 액수가 외부로 알려지면서부터다. 당시 조 대법관은 재산총액으로 7,000여만원을 신고했고 이후 해마다 모아진 급여만큼 재산이 늘었으나 퇴임을 앞둔 현재 총액은 서울시내 웬만한 아파트 한채 값도 안되는 2억여원에 불과하다.
조 대법관과 사시동기(4회)인 심상명 전 법무장관은 “그 친구 집에 가면 전화기와 텔레비전 등이 모두 골동품 가게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구닥다리’이었다”고 말했다.
부산 동아대 법대를 나와 70년 부산지법 판사로 임관한 이후 98년 대법관이 될때까지 경상도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역법관을 자임해왔던 그가 대법관으로 부임한 뒤 수년간 서초동의 보증금 2,000만원짜리 원룸오피스텔에 살았던 일화도 법관들 사이에 유명하다.
장관급 예우를 받는 대법관에게는 비서관이 배속되지만 그는 재임 6년간 별도의 전속비서관을 두지 않고 홀로 업무를 수행해 왔을 정도로 성실한 법관으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 조 대법관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사건에서부터 최근 체벌 등 교사의 지도행위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판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건을 처리해오면서 법조문에 충실하면서도 합리적인 판결을 도출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퇴임후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격인 부산으로 낙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한눈 팔지 않고 외길 인생을 묵묵히 걸어오신 훌륭한 법관들이 많이 계시지만 조 대법관처럼 외곬로 법관의 삶을 사신 분도 드물 것”이라며 “조대법관께서는 떠나지만 그 분이 남긴 자취와 명예는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