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IT주다.`
종합주가지수가 5일 연속 하락했지만 당초 우려보다는 선방했다. 미 증시가 급락한데다 트리플위칭데이(선물ㆍ옵션ㆍ주식옵션 동시만기일)라는 악재가 겹쳤는데도 낙폭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의 하락을 막은 1등 공신은 역시 정보기술(IT)주였다.
미 증시에서 버블붕괴우려로 나스닥지수가 급락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등 국내 IT주들은 오히려 반등세를 타며 지수하락을 막았다. 11일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보다 6.09포인트(0.70%) 하락한 869.93포인트로 마감했다.
◇삼성전자 등 IT주, 증시 버팀목 역할=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그 동안 미국의 나스닥시장 하락의 영향으로 조정을 받았던 우량 IT주들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큰 폭의 지수 하락을 막아냈다.
삼성전자는 이날 0.38% 올라 5일만에 반등했으며 삼성SDI와 삼성전기 등도 각각 5일, 4일만에 상승세로 마감했다. 특히 하이닉스는 14% 가 넘는 상승세를 기록했고 동부아남반도체도 2% 이상 올랐다.
하이닉스의 경우 메릴린치증권이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한 가운데 목표주가를 기존의 1만2,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한 것이 매수세를 유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메릴린치증권은 올 하이닉스의 예상 EBITDA(법인세와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전 이익)가 기존 예상치보다 21% 많은 2조2,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목표가를 이 같이 상향조정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인텔사의 1ㆍ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등 국내 IT주들의 실적은 여전히 견실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월별 영업이익이 상반기까지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 조정의 버팀목 역할을 담당했다는 평가다.
◇`IT주 버블 붕괴와 장기조정 우려는 기우다`=미국 시장에서 줄줄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IT주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버블 붕괴보다는 단기적인 조정에 맞춰져 있다.
미 인텔사의 1ㆍ4분기 실적전망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지만 이는 시장의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았던 데 따른 실망에 지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인텔사의 지난해 1ㆍ4분기 실적은 시장예상치보다 16.7%나 높게 나왔으며 2ㆍ4분기(7.7%), 3ㆍ4분기(8.7%)에도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게다가 지난해 4ㆍ4분기에는 예상치보다 무려 32.0%나 높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해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김세중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술주의 조정이 장기 조정의 시발점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과거에는 IT주의 버블 붕괴 후 혹독한 지수 조정을 겪었지만 현 상황에서 이 같은 우려감은 기우에 불과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0년 미국 시장에서 IT주의 버블이 붕괴될 당시 IT주의 주가수익비율(PER)는 46.9배에 달했지만 현재는 1ㆍ4분기 기준으로 27.0배에 불과하다는 게 동원증권의 분석이다.
◇당분간 IT주가 시장흐름 좌우할 듯=전문가들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IT주 당분간 지수 향방을 가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시장이 안정되면 외국인이 다시 매수세로 돌아서고 국내 IT주의 실적 모멘텀도 부각돼 수급 불안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영훈 한화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IT주들의 1ㆍ4분기 실적이 전분기대비 증가세를 기록할 경우 지수는 IT주를 중심으로 상승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후식 동양종금증권 리서치팀장 역시 “그 동안 국내 IT주들은 나스닥시장 조정과 선물옵션 만기에 대한 우려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었다”며 “만기일 이후에는 외국인유동성 등 수급과 별개로 기업들의 실적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