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시대] 車·가전 '맑음' 소재·화학 '흐림'

■ 업종별 영향은
화학 작년에도 25억弗 적자
관세 철폐땐 무역역조 심화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최종 타결될 경우 자동차ㆍ가전ㆍ섬유 등의 뚜렷한 수출 확대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소재를 포함한 화학과 기계류 등 EU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문에서는 무역 역조가 더욱 심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ㆍEU FTA 타결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은 무엇보다 자동차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EU는 지난해 기준 자동차 수요가 1,473만여대로 미국(1,319만여대)보다 많은 세계 최대 시장. 현행 수입 관세만 보더라도 EU가 한국보다 2%포인트 높은 10% 수준이기 때문에 협정에 따른 관세 철폐도 불리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자동차와 더불어 전자업계의 수혜가 예상된다. 전자제품(반도체 제외)의 경우 우리나라가 지난해 EU와의 교역에서 업종 가운데 가장 많은 163억달러의 흑자를 거둘 만큼 수출이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현재 EU는 우리나라 주요 가전에 낮게는 약 2%에서 높게는 14%까지 관세를 매기고 있다. 평균 세율이 높지 않고 국내 전자업계의 동유럽 현지 생산 증가로 가전 직수출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관세 철폐로 경쟁력이 더욱 커지는 것은 분명하다. 반면 지난해 EU와의 무역에서 25억달러나 적자를 본 화학업종(정밀화학+석유화학)의 경우 관세 철폐를 반길 처지가 아니다. EU는 전세계 화학산업 매출의 30%(2005년 기준)를 차지하고 세계 30대 화학기업 가운데 바스프ㆍ셸ㆍ바이에르ㆍ토탈 등 무려 13개를 보유하고 있는 막강한 ‘화학 제국’이다. 특히 정밀화학 분야의 경우 현행 EU 관세율이 평균 4.5%로 우리나라의 6.87%보다 낮아 관세를 동시에 없애면 우리 측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일반 기계류도 걱정이 큰 업종이다. EU는 일반기계 전체 22개 품목 가운데 식품가공기계ㆍ종이제조기계ㆍ농기계 등 13개 품목에서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막강한 EU 일반기계류가 현재 평균 약 7% 수준인 관세까지 면제 받을 경우 현재 3분의1 수준인 한국 수입 시장 내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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