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가 11일 발표한 농업ㆍ농촌 지원계획은 한마디로 졸속이다. 무려 119조원에 이르는 향후 10년간의 투ㆍ융자계획은 재원마련 방안이 확실하지 않고 소요처도 불분명하다. 이 것을 보면 연말에 내놓을 `농정 로드맵`도 부실할 가능성이 높다.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에 조바심이 난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렇다고 `장밋빛 수치`로 호도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선거용 선심정책이라는 오해를 사고 불신을 더 조장할 뿐이다.
FTA 협상과 2004년 쌀시장 추가개방 협상, 도하개발아젠다(DDA) 등 밀려오는 시장개방 파고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농업과 농촌을 도와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돈만 쏟아 붓는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작년까지 지난 10년간 농업 구조조정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82조원을 투입했지만 농촌은 더욱 황폐해지고 농민들은 무려 25조원에 달하는 빚더미에 올라 앉고 말지 않았는가.
정부가 향후 10년간 농촌에 투ㆍ융자키로 한 119조원은 지난 1992∼2002년 국고지원분 62조원의 약 두 배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다. 더욱이 한ㆍ칠레 FTA 비준안 처리의 선결 과제로 농민단체들이 요구하는 상호금융 및 경영개선자금 금리 인하, 농특세 기간 연장 등이 현실화 될 저 경우 재정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부진과 성장잠재력 하로 재정여건이 계속 어려워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과연 예정대로 자금을 투입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며 설사 계획대로 된다손 치더라도 그 것이 다른 부문에 부담을 줌으로써 경제가 왜곡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농림부 관계자는 “투ㆍ융자 계획만 잘 실현되면 농가 1인당 소득은 2002년 도시근로자의 90% 수준에서 2013년 105%로 늘어나는 등 농민과 농촌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농가소득의 증대보다 도시근로자 소득의 상대적 감소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농정 로드맵은 단순히 농업ㆍ농촌과 공업ㆍ도시의 이분법적 틀로 짜서는 곤란하다. 그렇게 할 경우 UR 이후 지난 10년간의 전철을 밟게 될 공산이 크다. 농업이 산업이 되고 농촌의 소득증대를 통해 도시와 농촌을 구분할 필요가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재원이 소요되겠지만 예산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민간자본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얼마전 경제단체와 농민대표가 만나 공생(共生)방안을 마련키로 의견을 모은 것은 그 점에서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울러 급속한 고령화속도를 감안해 농촌대책과 고령화대책을 연계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