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부모가 자식 이름을 지을 때 공을 들이는 것처럼 자산운용사들도 펀드명에 좋은 미사여구를 쓰는 게 일반적이다. ‘우량’ ‘가치’가 대표적인 단어다. 그러나 이름이 좋다고 수익률이 돋보이는 건 결코 아니다. ‘우량’ ‘가치’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수천억원의 자금을 모았으면서도 수익률은 하위권을 맴도는 펀드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순자산액 100억원 이상인 국내 주식형펀드 중 연 수익률이 마이너스 30% 이하인 펀드는 모두 4개(멀티클래스 제외)다. ‘우리CS부울경우량기업플러스’펀드는 연초 이후 마이너스 31.44%로 수익률이 가장 낮다. 부산ㆍ울산ㆍ경남지역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로, 이들 지역 우량기업인 주요 조선ㆍ철강업체들의 주가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게 수익률 부진의 주요 요인이다. 전형적인 대형 성장주들을 편입한 펀드인 ‘삼성우량주장기펀드’도 수익률이 마이너스 30%에 육박하고 있다. ‘프런티어우량주식’ ‘푸르덴셜핵심우량주플러스주식’ 등도 이름에 걸맞지 않게 ‘우량하지 못한’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약세장에서는 가치주펀드가 뜨고 있다지만 ‘가치’라는 단어가 수익률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한국셀렉트가치주식’ ‘프레스티지가치주적립식주식’ 등은 마이너스 26~27%대 손실로 가치주펀드임을 무색하게 한다. 이들은 정통 가치주펀드라기보다는 대형주의 편입 비중이 높다는 게 특징이다. 역시 안정성이 돋보이는 배당주펀드 가운데도 ‘프레시티지고배당주식’ ‘세이고배당주식형’ ‘삼성배당주장기주식종류형’ 등은 모두 마이너스 24% 이상의 손실로 배당주펀드라고 모두 방어력이 뛰어나진 않다는 걸 보여준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차별성 없는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이름에 걸맞지 않게 운용되는 펀드가 상당수”라며 “자칫 이름만 보고 특정 성격의 펀드라고 판단했다가 낭패를 보는 수가 있으므로 운용보고서나 포트폴리오 구성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