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집 욕실·부엌·거실, 왜 생겼을까?

■ 하우스 스캔들
루이 워슬리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우리의 집은 언제부터 그런 모양이 됐을까. 물론 조선 이전의 우리 전통사회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생활이 서양의 그것을 많은 경우 답습했다는 점에서 서양집의 원류를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영국의 역사학자 루시 워슬리가 쓴 '하우스 스캔들'은 집을 구성하는 공간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날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됐고 현관에서 화장실까지 각 공간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다룬다. 중세인들은 공동목욕탕을 이용해 비교적 목욕을 자주 했다. 그러나 영국 헨리 8세가 런던에서 목욕탕 영업을 금지하면서 1550년대부터 1750년대까지 이른바 '더러운 시대'가 계속된다. 이 기간엔 몸을 구석구석 씻는 것을 이상야릇하거나 성적 흥분을 유발하거나 위험한 짓으로 인식됐다고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종교개혁에 따라 과거 성자들에게 봉헌됐던 우물과 목욕탕이 우상 숭배로 여겨져 폐쇄됐고 도시가 커지면서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물이 질병을 옮긴다는 공포가 퍼진 것이 원인이었다고 설명한다. 19세기 이후에야 목욕이 세련된 행위로 인식되고 신사의 지표 중 하나가 되면서 욕실이 탄생하게 됐다. 저자는 이 밖에도 사람들이 침대와 거실, 부엌에서 했던 수많은 일을 살핀다. 양치질, 기도, 화장, 설거지, 심지어 성행위, 자위행위까지 온갖 '가정생활의 역사'가 등장한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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