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주도권잡고 값낮추기 나설듯현대-다임러 인수포기…대우車매각 새국면
정몽구(鄭夢九) 현대자동차 회장이 사실상 현대-다임러 컨소시엄의 대우자동차 인수포기를 밝힘에 따라 대우차 매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정부와 채권단이 대우차 매각 대금을 높이기 위해 생각해오던 2파전 구도가 붕괴된 것이다. 결국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대우차 매각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은 GM-피아트 컨소시엄만 남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대우차 인수전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거함 GM호가 국내에 무혈입성하는 것을 현대차가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유리해진 GM=GM은 대우차 분할인수를 제시하는 등 유리해진 조건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단독응찰로 대우차 인수전에 참여, 원하는 만큼 정밀실사를 거친 뒤 일부 우량사업장만을 중심으로 선별인수하면서 가격을 가능한 한 후려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까닭이다.
GM은 그러나 헐값매각 시비를 피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헐값매각 논란은 외국업체의 국내시장 진입에 최고의 장벽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GM은 정밀실사를 요구하는 형태로 「가격 낮추기」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포드가 대우차 인수포기 배경을 대우차의 내재적 부실로 돌리고 있는 점도 GM의 정밀실사 요구와 인수가격 깎기에는 호재다.
자동차 애널리스트들은 『GM이 분할인수를 제기해 알짜 사업장을 「선별인수」할 공산이 높다』면서 『 고용안정 협력업체 R&D 등으로 정부를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속내는=현대차는 최근 다임러에 지분 10%를 넘기면서 4,800억원, 전주 상용차 공장을 합작법인으로 만들면서 들어올 지분 인수 대금 5,000억여원 등 총 1조원 정도의 신규자금을 확보해놓고 있다. 여기에다 기존 현금 여유분을 합치면 여유자금은 최대 3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현대차의 대우차 인수를 동반부실화의 첩경으로 여겨 극도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증시가 대우차 인수전 참여의 최대장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鄭회장이 대우차의 고용보장과 협력업체 유지 문제를 유독 강조하고 현대차의 대우차 위탁경영 방안을 정면으로 부정하지 않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황에 따라 대우차를 인수하지 않더라도 부분적 참여 및 위탁경영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놨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는 정부로부터 최대한의 자금지원과 감세혜택을 받는 데 주력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매각구도 새로 짜야할 판=정부와 채권단은 그동안 조기 매각과 매각대금 하락 방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어떻게든 현대-다임러 컨소시엄을 대우차 인수전에 참여시키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GM의 단독입찰은 협상과정에서 주도권을 상실, 받아들이기 힘든 까닭이다.
그렇다고 재입찰이 용이한 것도 아니다. 포드·다임러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대우차 인수전에 뛰어들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는 전무한 형편이다. 따라서 정부와 채권단은 처음부터 새로 매각구도를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와 채권단은 당초 밝혔던 1개월 내 매각 방안이 무리라고 판단,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데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인철기자MICHEL@SED.CO.KR
입력시간 2000/09/2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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