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18일 이후 디지털 신규가입자 대상 "케이블업계 재탕방송 벗어나 자생력 키워야" 지적
입력 2010.09.08 18:05:37수정
2010.09.08 18:05:37
케이블TV가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하는 행위는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지상파 방송의 재송신을 기반으로 한 케이블 방송계는 물론 방송 시장 전반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강영수 부장판사)는 8일 KBSㆍMBCㆍSBS 등 지상파 3사가 CJ헬로비전ㆍ씨앤앰ㆍ티브로드강서방송 등 5개 주요 케이블방송사업자(SO)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동시재송신 행위는 단순한 시청 보조행위라 볼 수 없으며 케이블 사업자들이 주체가 돼 행하는 독자적인 방송에 해당한다"며 현재 케이블을 통해 전송되는 지상파 방송은 동시중계권 및 저작인접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봤다. 이어 "피고들은 지상파 3사가 소장을 제출한 지난해 12월18일 이후 케이블TV 가입자에게 방송신호를 동시재송신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케이블TV의 재송신이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서는 방송사가 저작권을 소유한 프로그램을 특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신규 디지털가입자 케이블로 지상파 못 봐=이번 법원 판결에 따라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들은 지난 2009년 12월18일 이후 디지털 케이블TV 가입자에게 지상파 동시재전송을 할 수 없게 됐다. 지상파 동시재전송이란 KBSㆍMBCㆍSBS 등 지상파방송사가 공중에 쏜 전파를 케이블TV 업체가 안테나로 수신해 각 가정에 케이블선으로 재전송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케이블TV 가입가구 수는 전체 TV 시청가구 수(약 1,900만 가구)의 80%에 해당하는 1,520만 가구로 지상파TV의 난시청 해소를 위한 경우가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번 판결로 피해가 우려되는 가구는 디지털 신규가입자(42만7,000가구)로 기존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케이블 업계는 일부 가입자만 떼어내 재송신을 중단하는 것은 현재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를 강제할 경우 가입자 전체를 상대로 재송신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케이블 업계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고 재송신을 전면 중단할 경우 전체 TV 시청가구 수의 80% 이상인 유료방송 가입자 가운데 상당수가 지상파 방송을 시청할 수 없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케이블 '지상파 재탕 벗어나야'=지상파 3사는 이번 판결로 케이블TV 업계와의 재송신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 동시에 콘텐츠를 중심으로 급변하는 방송산업 재편 구도하에서 주도권을 쥐게 됐다. 반면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 인식돼온 지상파 서비스의 안정적 기반 확보를 위해 난시청 해소 등 의무 부담은 더 커졌다.
케이블 업계는 지상파 재송신과 관련해 대가 지불이라는 금전적인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그동안 지상파TV의 재탕 삼탕으로 근근이 유지해온 케이블TV 사업자가 이번 기회를 '지상파 TV의 하수구'라는 오명을 벗고 자생력을 키우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김광호 서울산업대 매체공학과 교수는 "케이블TV 업계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품질이 우수한 지상파 방송을 재전송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최근 케이블업계에서도 시청률이 10%가 넘는 우수한 콘텐츠가 나오고 있는 만큼 이번 판결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