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다자간 협약인 `교토의정서` 발효의 열쇠를 쥐고 있는 러시아가 교토의정서 비준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문제와 연계할 방침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빠르면 내년 발효 가능성이 점쳐졌던 교토의정서 체제는 다시 상당 기간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 정부의 고위 관리는 최근 일본 언론들과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당초 9월중 국회에 비준 동의를 요청하려던 계획을 유보하고, 러시아의 WTO 조기 가입을 위한 유럽연합(EU) 등의 협력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리는 “경제적인 이득이 명확하지 않으면 우리는 비준하지 않는다”며 “교토의정서 비준은 러시아에 있어 환경문제가 아니라 경제문제”라고 말했다.
교토의정서의 발효 요건을 보면 체약국 가운데 55개국 이상이 비준을 해야 하고, 비준국 중 선진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990년 기준으로 전체 배출량의 55%를 차지해야 한다. 이런 요건 때문에 미국이 이탈한 교토의정서의 운명은 사실상 러시아의 의정서 비준 여부에 달려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으로 유럽연합(EU) 24%, 일본 8.5%에 러시아 17.4%를 더하면 50%에 근접하며 여기에 캐나다와 호주가 가세하면 교토의정서는 미국 없이도 발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구영기자 gy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