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건설한국' 제2의 신화 만든다

「해외건설이 IMF체제 탈출의 선봉에 선다」비온후 땅이 더욱 굳는다고 했던가. 지난해 사상최악의 수주난을 겪었던 해외건설시장이 연초부터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잇따르면서 제2의 중흥기를 맞고있다. SK건설이 올초 멕시코에서 12억달러(한화 1조4,400억원)짜리 초대형 공사를 따내는 등 1·4분기에만 26억달러의 공사수주 실적을 올렸다. 더욱이 리비아에 대한 유엔의 경제제재 철회를 계기로 중동시장이 활기를 찾고 있는데다 업체들이 동남아 위주의 수주패턴에서 벗어나 남미·동유럽·일본 등 신규시장 진출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수주전망은 더욱 밝아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당초 수주예상액 64억달러를 훨씬 뛰어넘는 80억달러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100억달러까지 가능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해외건설시장의 활기는 회복기에 접어든 경제전체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IMF체제이후 잇따른 부도로 위기에 몰렸던 건설업계는 해외시장을 발판으로 제2의 도약기를 맞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해외로 나가는 우리 건설업체들의 전략과 시장전망을 알아본다. 올들어 해외건설업계에 호재가 잇따르고 있다. 신년들어서자 마자 무디스와 S&P등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들이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상향조정한데 이어 지난 6일에는 UN이 대(對)리비아 경제제재 조치를 해제했다. 이같은 낭보에 힘입어 건설업체의 수주도 활발히 이뤄지고있다. 지난 2월 SK건설이 12억달러에 달하는 멕시코 마데로정유플랜트공사를 수주하는등 최근 보기 드문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줄을 잇고있다. IMF원년인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해외건설업계도 수주환경변화에 따라 재도약을 꿈꾸며 신발끈을 단단히 고쳐매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해외건설시장에 부는 훈풍=해외건설업계는 지난해와 같은 최악의 불황에서 벗어나 올해는 「해볼만 하다」고 한다. 해외건설시장을 밝게보는 가장 큰 이유는 IMF관리체제로 추락했던 국가신인도의 회복이다. 지난해 수주액이 40억달러로 93년수준으로 뒷걸음쳤던 것은 개별업체의 수주능력 저하보다는 IMF체제라는 외적 요인에서 비롯됐다. 최대 시장이던 동남아의 외환위기로 발주량이 급감했고,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국내업계가 공들였던 프로젝트가 계약단계에서 취소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계약 취소의 원인은 해외금융기관들이 국가신인도 하락등으로 공사이행보증 서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일단 국가신용등급이 투자적격단계로 올라섰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국가 신인도 향상으로 국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조달의 길이 트여 국내 건설업체들이 공사비 조달을 시공사가 맡는 조건으로 발주되는 국제입찰에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고용창출과 경기회복을 위해 건설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도 업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달러벌이 최일선인 해외건설시장 개척을 위한 세일즈 외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6월 중남미 시장조사단을 보낸데 이어 11월에는 중앙아시아, 3월에는 아프리카에도 민관합동의 시장조사단을 파견하는등 총력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일 건설교통부의 국정개혁보고에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리비아 제재 해제에 따른 영향을 묻는등 해외건설활성화 방안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다변화되는 해외건설 시장=IMF체제는 해외건설시장의 주무대를 바꿔놓고 있다. 국내업계의 해외건설 주력시장은 중동에서 90년대중반부터 동남아시아로 바뀌었다. 동남아지역은 급속한 경제발전에 힘입어 각종 인프라구축사업이 활발히 진행된데다 부동산경기붐을 타고 민간 건축공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현대과 대우·삼성등 내로라하는 건설업체는 물론 중견업체까지 「동남아러시」를 이뤄 지난 97년 140억달러의 해외건설수주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이같은 수주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두드러지고 있다. 3월말 실적 26억달러를 국가별로 보면 멕시코가 9억2,900만달러로 가장 많고 이어 대만 (3억2,300만달러) 싱가포르 (2억7,500만달러) 홍콩 (2,290만달러) 사우디아라비아 (1,630만달러) 일본 (1,130만달러)등의 순이다. 중남미 지역의 강세와 홍콩·일본·대만등 선진시장과 중동시장의 도약이 두드러진다. 이밖에 나이지리아와 팔라우등 신흥시장 개척도 주목되고 있다. 업계는 중동지역에 주목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이었던 지난해의 경우 중동시장에서 15억500만달러의 수주실적을 올려 최고 호황기였던 97년의 9억1,400만달러보다 무려 65%나 늘어났다. 해건협은 올해 중동지역이 해외건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6%로 동남아시장을 앞지를 것으로 점치고 있다. ◇재도약을 위한 과제=해외건설이 불황을 딛고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도 많다. 무엇보다 업체 스스로가 수익성이 낮은 단순 도급형 수주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이는 현재의 수주형태가 순수한 외화를 벌어들이는 외화가득률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우리인력들이 대거 투입되던 70년대에는 50%를 넘던 외화가득률이 갈수록 줄어들어 97년의 경우 17%로 떨어졌다. 100억달러를 수주해도 국내로 들어오는 외화는 17억달러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고부가치형 프로젝트에 주력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수주실적을 올려도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단순 시공프로젝트는 채산성도 떨어져 상당수의 해외건설업체가 「손해보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따라 단순 토목공사 수주에서 벗어나 수익성이 높은 플랜트와 엔지니어링공사에 참여할 수 있는 차별화된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 국내업체가 사업계획을 기획하고 자금까지 조달하는 투자개발형 프로젝트에 대한 진출도 과제로 남아있다. 이밖에 아직까지 선진기업에 비해 부족한 기술및 자금조달력을 보완할 수 있도록 기술과 시공능력·설비조달·시설운영등의 분야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국내기업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협력체계 구축도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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