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중국인 '금 사랑' 배후는 후진 금융


중국 아줌마들이 월스트리트를 이겼다.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캐피탈 등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금값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에 나섰다가 중국 일반 투자자들의 금 매입 공세에 큰 손실을 입었다. 열흘 동안 사들인 금이 300톤, 1,000억위안(약 18조원)에 달한다. 하락하던 금값은 반등세를 타기 시작했고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난 골드만삭스는 공매도를 중단하고 무릎을 꿇었다.

여기까지 보면 역시 황색을 좋아하는 중국인들답다. 중국인들의 황금 사랑은 유별나다. 건물 입구 전체를 황금으로 칠하는가 하면 화장실의 수도꼭지까지도 황금을 덧입히기도 한다.

노동절 연휴기간 홍콩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은 다른 명품 쇼핑이나 호텔 비용은 예년보다 줄였지만 유독 귀금속 가게에는 줄을 이었다. 골드 바는 진작에 매진됐고 금 액세서리, 장식품 등도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다.

중국인의 금 매입 열풍은 금값이 폭락하며 시작됐다. 지금이 바닥이라는 심리가 확산되며 금값 상승을 겨냥한 투기심리도 덩달아 확산됨 셈이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이 열흘간 전세계 연간 생산량의 10%를 사들일 정도로 금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단순히 노란색 황금을 좋아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처럼 중국 아줌마들도 고수익을 쫓아 글로벌시장에 뛰어든 투기세력일까.

금 공매도 전쟁에 중국 아줌마 승리

금값 폭락을 막은 중국인들의 금 사재기의 배후는 중국의 후진적 금융정책이다. 여전히 정부가 은행의 이자율과 기준금리 등을 직접 통제해 시장의 가격을 왜곡시키는 데다 금융시장의 엄청난 자본이 정부에 의해 배분되며 일부 대형은행과 국유기업만 배를 불리고 있다. 결국 높은 저축률과 통화 팽창에 힘입어 시중에 풀린 돈이 갈 곳이 있어야 하지만 중국 내에서 소자본들이 움직일 투자처를 찾기 쉽지 않게 되는 셈이다.

주식시장도 기업의 자금 유입통로가 아닌 여전히 리스크가 큰 투기장으로 변질돼 있어 일반인들이 쉽게 참여하기 어렵다. 그나마 지금까지 주택구입이 소자본의 투자처로 각광을 받았지만 부동산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빈부격차를 우려한 정부의 규제로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의 새 지도부도 이러한 상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3월 양회 이후 윈저우ㆍ선전ㆍ주하이 등 지방정부에서 금융개혁 방안이 제시되고 일부에서는 규제를 풀어 대만을 비롯한 해외자본의 유입을 늘리고 있다. 여기다 지방정부의 신용버블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화를 위해 민간자본, 특히 국내 소자본의 투자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환구시보는 이와 관련 경제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민간 소자본을 도시화와 기반시설 투자에 받아들이는 중국식 사회주의 금융산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금융개혁이 가시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서도 지적했듯 중국 내 금융정책은 공공의 의사결정 방식보다는 여전히 소수 이익집단을 통해 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리커창 총리가 금융시장 개혁의 총대를 멘다고 해도 이익집단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이래저래 환율, 위안화국제화, 증권ㆍ보험 등 중국 금융개혁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금융시장이 최근 한국 내에서 창조경제의 돌파구로 거론된다. 특히 중국이 2006년 발표한 과학기술과 금융자본의 결합을 통한 중기전략인 과기금융과 한국의 창조금융이 협력을 강화해 새로운 금융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한중 통화스와프 등과 같은 정부 차원의 전략적인 협력은 어느 정도 내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中 금융 아직 창조경제 돌파구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중국 금융정책과 시장은 후진적이다. 금융시장 전체를 신뢰하긴 이르다. 믿기 어려운 경제관련 통계도 고위험 대출을 기록하지 않는 은행 대차대조표상의 수치도 중국 금융시장의 리스크다. 소자본 투자와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정부의 안전 보장장치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선뜻 발을 내딛기 어려운 시장이다. 랑셴핑 홍콩 중문대 석좌교수는 최근 한 포럼에서 "한국 금융기관의 중국 진출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100% 확신하는데 중국 금융기관의 위험을 평가할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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