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사업장의 예상손실을 재무제표에 제때 반영하지 않은 대우건설의 분식회계 규모를 3,896억원으로 최종 확정하고 대우건설과 외부감사인인 삼일PwC에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이번 결정으로 건설업계의 회계처리 관행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3일 정례회의에서 대우건설이 3,896억원의 손실을 과소 계상한 혐의로 금융당국이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과징금인 20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 현직 대표이사에게도 1,2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이 내려졌고 금융당국이 2년간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도록 했다. 삼일PwC에 대해서도 10억6,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손해배상 공동기금 30% 추가 적립과 대우건설의 감사 업무를 2년간 제한하는 내용의 징계를 결정했다.
김용범 증선위 상임위원은 "세 차례 회의를 진행한 끝에 대우건설이 국내 10개 사업장에 대해 회계 처리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3년 12월 대우건설이 1조4,000억원 규모의 예상손실을 숨겼다는 내부 제보를 받고 1년 6개월 동안 회계 감리를 진행했다. 증선위의 자문기구인 감리위원회는 금감원의 감리 내용을 바탕으로 대우건설이 2,45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 내린 뒤 지난달 증선위에 징계안을 넘겼다.
증선위에서는 감리위가 회계분식 판단을 보류한 서울 마포구 합정사업장에 대해서도 전체 2,450억원 중 1,446억원의 손실이 재무제표에 누락된 것으로 봤다. 분식회계 인정 규모가 늘어났지만 징계 수위는 감리위의 제안을 그대로 따랐다. 이봉헌 금감원 회계조사국장은 "대우건설이 고의적으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분식회계 규모가 늘어났어도 검찰 통보나 고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징계를 받은 대우건설과 삼일PwC는 금융당국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이 대우건설에 대해 최고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앞으로 건설업계의 회계처리 방식도 큰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선위는 이날 "건설사의 계약 상대인 시행사가 미분양 또는 토지 매입비용 증가 등의 요인으로 재무적 어려움에 직면하거나 유동성 부족으로 연체 사유가 발생할 때는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일종의 회계처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손실예측을 보다 보수적으로 진행해달라는 주문이다. 김 상임위원은 "증선위의 이번 조치로 건설업계가 예상손실 금액을 재무제표에 보다 엄격하게 반영해서 전반적으로 회계처리가 투명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건설업체로 회계감리를 확대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 국장은 "회계분식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와 혐의가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감리를 실시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