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보호법' 만든다

국가안보 관련 '비밀' 범위 확대…위법땐 가중처벌
국정원 "법안 국회 조속제출"
통외통委서 문건유출 책임 싸고 정부-국회 '진실게임' 공방 치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대외비 보고서 유출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가정보원이 비밀의 지정ㆍ관리ㆍ보호 등을 위한 ‘비밀보호법’ 제정을 추진한다. 23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통상과 과학ㆍ기술 등 국가이익 관련 개념을 비밀 범주로 확대하고 이를 누설하는 행위를 강력히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비밀의 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마련, 지난 10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쳤다.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조정안이 마련되면 가급적 빨리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제정안은 국가안보와 관련한 비밀의 범위를 통상ㆍ과학ㆍ기술 등 국가이익과 관련된 개념까지 대폭 확대, 비밀누설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조항을 담고 있다. 또 비밀의 개념을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 및 통상ㆍ과학ㆍ기술 등 국가이익에 명백한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사실이나 물건, 지식’으로 규정, 비밀의 범위를 종전의 국가안보 중심에서 크게 확대했다. 세부적으로 ▦전시계획ㆍ비상대비계획 ▦국가안보정책 및 위기관리 ▦통일ㆍ외교ㆍ통상 관련 사항 ▦국방정책, 군사전략ㆍ작전 및 무기개발ㆍ운용 ▦국가정보활동 및 암호체계 ▦국익과 관련된 과학ㆍ기술ㆍ정보통신 사항 ▦기타 국가안보와 국익에 명백한 위해를 초래하는 사항 등 7가지를 명시했다. 처벌조항으로는 비밀을 탐지ㆍ수집해 다른 사람에게 누설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하고 외국 내지 그에 준하는 단체나 소속원을 위해 비밀을 탐지ㆍ수집하거나 누설한 때에는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했다. 국정원은 국가안보에 치명적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것을 제외한 비밀에 대해서는 지정일로부터 30년이 경과한 뒤 해제하도록 하고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거나 공개를 통해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이익이 있다고 판단할 때에는 비밀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한미 FTA 문건 유출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회의는 당초 한미 FTA 6차 협상결과를 보고받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지만 FTA 문건 유출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ㆍ국회간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면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여야는 대외비 문건 유출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면서도 정부가 유출의 책임을 은근히 국회에 떠넘기려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진영 한나라당 의원은 “구체적인 전략이 담긴 FTA 문건 유출은 어떻게 보면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어떻게 유출됐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도 “정부의 책임전가 태도는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일이고 어이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회 한미 FTA 특위는 24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FTA 문건 유출 조사반’을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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