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위, 포털 특성도 모르고 과징금 남발했나

대법원은 21일 NHN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NHN의 손을 들어줬다. NHN은 2006년 판도라TV 등 동영상 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때 네이버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동영상에 사전 협의하지 않은 '상영 전 광고'를 넣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NHN이 동영상 시장의 공정경쟁을 제한한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이라며 시정명령과 함께 2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법원의 판결 내용을 보면 공정위가 포털 업종의 특성을 제대로 알고 제재를 결정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법원은 "포털사업자를 단순히 검색 등 5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한정하고 시정명령을 내린 것은 일반적인 시장 획정(劃定)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또 "시장점유율을 계산하는데 관련 상품시장(동영상 콘텐츠 시장)에서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포털사업자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판단한 것 역시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자의적인 잣대로 포털사업자를 규정하고 시장점유율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방식을 택해 적용했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끼워맞추기식 심사를 통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렸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이러니 공정위 업무 행태에 대해 시류에 영합해 무리수를 둔다느니, 보여주기식이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최근 국회에서 공개된 공정위의 행정소송 결과는 불공정경쟁에 대한 제재 결정이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지는지를 보여준다. 2010~2012년 3년간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된 행정소송 150건 가운데 과징금 100억원을 넘는 소송에서 공정위의 승소 비율은 26%에 불과했다. 27건 중 단 7건만 이긴 것이다. 10억~100억원은 43%, 10억원 이하도 승소율이 53%로 절반을 겨우 넘었을 뿐이다.

공정위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권과 처벌권·고발권을 가지고 있어 '경제 검찰'로 불린다. 이런 막강한 권한을 허투루 사용하면 기업의 경영의지를 꺾고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그만큼 신중하고 치밀한 조사와 빠른 판단이 요구되지만 공정위가 이를 잘 수행해왔다고 생각하는 국민과 기업은 많지 않을 듯하다. 공정위가 왜 신뢰를 잃는지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때다. 새 위원장을 맞아 변화를 모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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