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포커스] 농심 새사업 이번엔 잘될까

라면·스낵외 부진 고심 내달 출시 즉석밥 촉각라면시장의 절대강자 농심의 사업다각화 시도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라면 일변도에서 탈피하려고 고심중인 농심이 내놓은 새로운 카드는 즉석밥. 다음달 출시를 앞둔 즉석밥 사업은 생산설비 구축에만 110억원을 투자한 농심의 대형 프로젝트. 농심은 맨 밥은 물론 라면에 밥을 결합한 제품 등 2가지를 출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은 출시 첫해인 올해 8개월동안 100억원의 매출 목표를 잡고 있다. 지난 96년 첫선을 보인 제일제당의 ‘햇반’이 6년차인 지난해 250억원의 매출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목표치가 높은 셈이다. 농심은 올해 즉석밥에 마케팅과 영업력을 총동원할 방침이다. 라면, 스낵 시장에서 농심의 막강한 유통력을 바탕으로 시장정착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언뜻 보기에 유사해보이지만 라면, 스낵과 즉석밥은 유통방식이 판이하다. 라면이나 스낵은 영업사원이 상자째 유통업체에 배달한 뒤 매대 진열은 유통업체가 담당한다. 반면 즉석밥은 영업사원이 일일이 매대에 제품을 진열, 정리해야 한다. 농심 영업사원들이 익숙치 않은 매대 진열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여부는 미지수다. 농심의 경우 대리점 영업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 직영 위주인 제일제당, 오뚜기, 대상 등과 맞붙을 경우 열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매대 진열상품에서 농심은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00년 내놓은 ‘어머니 찌개양념’은 출시 2년 동안 한번도 시장 점유율 1%를 넘어서지 못했다. 일본에서 수입해 파는 ‘하우스 카레’ 역시 실적이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 지난 98년말 수입계약을 체결한 막대사탕 ‘츄파춥스’도 농심으로 사업권이 넘어가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 한때 월 20억원에 달했던 츄파춥스 판매액은 현재 월 8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농심은 주력 시장인 라면시장에서도 86년 이후 히트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농심 라면 매출을 주도하는 제품은 신라면, 안성탕면, 너구리, 짜파게티 등 4총사. 이 가운데 출시년도가 가장 늦은 신라면도 86년에 출시돼 벌써 17년차를 맞고 있다. 김치라면, 무파마탕면 등 후속작들이 뚜렷한 실적을 올리지 못한 채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농심의 경우 식품업과 무관한 골프장을 인수할 정도로 사업 다각화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기존의 영업망과 방식을 완전히 뜯어 고치지 않는 한 즉석밥 시장에서도 선전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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