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덩어리 도시개발공사

부동산 활황기에 너도나도 세웠지만 사업 표류로 손실 눈덩이

"분양을 시작한 지 2년이 넘었는데 분양률이 10%도 안 돼요. 내년이면 공사가 끝나는데 텅텅 빈 산업단지가 될까 봐 걱정입니다." (화성 전곡해양산업단지 현장 관계자)

최근 경기 화성 전곡해양산업단지 현장에서 만난 화성도시공사 관계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당장 내년 5월 조성공사가 마무리되지만 입주할 기업들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축구장 228개 넓이인 162만9,000㎡에 달하는 현장에서는 상수ㆍ오수관 공사가 한창이었지만 이를 연결할 공장은 손에 꼽을 정도다.

전곡해양산업단지는 총 사업비 5,370억원을 투입해 화성도시공사가 야심차게 추진한 프로젝트다. 전체 사업비 중 화성도시공사의 부담은 3,490억원. 저조한 분양률이 계속된다면 이미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로부터 경영개선명령까지 받은 공사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부동산 활황기에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설립했던 '도시개발공사'가 무리한 사업추진과 경기침체로 부실덩어리로 전락하고 있다.

25일 안전행정부와 일선 지자체에 따르면 화성ㆍ용인ㆍ평택 등 기초자치단체 산하 주요 도시개발공사들이 추진했던 사업들이 잇따라 표류하면서 엄청난 손실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5년간 지방 공기업 부채가 90% 가까이 증가했는데 도시개발공사들이 이를 주도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분양률 저조 및 사업지연 등의 이유로 빚만 늘리고 있는 개발사업 사례는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용인도시공사의 경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개발사업 3건 모두 난항을 겪고 있다. 처인구 역북도시개발사업은 공동주택용지 토지 분양률이 20%에도 못 미쳐 채권 1,900억원의 상환을 3년 연장하게 됐다. 구갈역세권 개발사업과 덕성산업단지 개발사업 역시 장기화되면서 추가 비용부담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용인지방공사의 부채는 2009년 1,339억원에서 2011년 3,310억원으로 2년간 무려 1,971억원(147%)이나 늘었다.

평택도시공사는 고덕국제신도시 개발사업 보상비를 위한 추가 차입으로 부채규모가 2009년 494억원에서 2010년 1,615억원, 2011년 2,155억원으로 급증했다. 당장 올해 갚아야 할 보상비 관련 이자가 140억원에 달한다.

춘천도시공사가 추진하는 도시개발사업 역시 자금난과 분양률 저조로 늪에 빠졌다. 학곡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사유지 보상 등에 필요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데다 300억원이 투입되는 온의2지구 개발사업의 분양률도 38%에 불과하다. 특히 학곡지구 사업은 온의2지구 사업의 분양완료시 발생하는 가용재원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두 사업 모두 차질을 빚게 됐다.

이밖에 고양도시공사와 김포시도시개발공사는 재정상태 악화로 경영개선명령을 받아 각각 고양도시관리공사ㆍ김포도시공사로 통폐합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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