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체제의 러시아에서는 ‘신흥 재벌’ 올리가르히조차 그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러시아 최대의 석유회사 유코스의 전 회장이었던 미하일 호도르콥스키가 새로운 혐의를 받고 모스크바 법정에 섰다. 첫번째 재판이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이끄는 러시아의 법 질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는지는 모르지만 수척해진 그는 측은한 생각을 들게끔 한다.
호도르콥스키는 탈세로 8년형을 선고 받고 최근 4년간 시베리아 감옥에서 외롭게 보냈다. 이미 가석방 요건을 갖췄지만 호도르콥스키가 이번 재판에서 다시 유죄가 인정된다면 22년형을 추가로 선고 받고 복역해야 한다. 이럴 경우 정치적 야망과 욕심이 여전한 것으로 평가되는 그는 4년 후 실시되는 차기 대선 대열에서 완전히 멀어지게 된다.
재판 결과에 기대를 걸 필요는 없다. 러시아 법원은 크레믈린에서 직접 지시를 받는다는 것쯤은 잘 알려져 있다. 호도르콥스키에 대한 유죄 판결을 이끌어 국가 훈장을 받은 같은 검사가 이번에는 수천 쪽의 공소장을 갖고 또 나타났다. 그의 주된 기소 내용은 호도르콥스키와 그의 사업파트너가 유코스 제품을 빼돌리고 수익금을 세탁했다는 것이다. 재판장은 변호사가 호도르콥스키에 대해 자문하는 것조차 막았다.
푸틴 총리는 정치에 관심을 갖고 독자적으로 행동하려던 이 올리가르히를 철저하게 파괴했다. 이는 다른 올리가르히들에게 권력에 줄을 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 2005년의 재판 결과는 푸틴에게 보리스 옐친 시절 일부 민영화했던 석유와 가스회사를 다시 국영화하는 근거를 제공했다.
푸틴 총리에게 어떤 잠재적인 도전자도 고통을 받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이번과 같이 매우 눈에 띄는 재판은 경제가 무너져내리는 시기에 정치적 관심을 흩뜨리는 데도 유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