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온라인 연합복권발행협의회에 1조8,000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기소됐던 전 국민은행 복권사업팀장 이모(53)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온라인 연합복권 사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복권협의회이고, 업무를 보조하던 것에 불과한 이씨가 컨설팅업체가 제출한 최종보고서 내용의 실질적 타당성까지 검증할 의무는 부담하지 않는다"며 "배임의 의사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온라인복권협의회의 위탁을 받은 국민은행 복권사업팀장으로 재직하면서무자격 A회계법인의 컨설팅 용역 결과에 따라 2002년 6월 국민은행과 코리아로터리서비스 사이에 적정 수수료율보다 높은 수수료 지급계약을 체결하게 해 복권협의회에 1조7,935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이 걸린 사업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배임 의사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다만 실제 매출액과 추정매출액의 차이에서 적정 수수료율을 상회하는 부분인 7,000억여원만 피해액으로 인정한다"면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배임행위로 이씨가 직접적인 금전적 이익을 얻었다고 볼 증거가 없고, 단지 은행에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 한 것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배임의 동기가 됐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며, A회계법인을 결격업체로 보거나 이씨가 이를 알고도 자문사로 선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