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막을 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는 몇몇 단절된 단면이 눈에 띄었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불평등 문제에 대한 참가자들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세부 정책대안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는 정책적 상상력의 중대한 실패를 상징한다.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은 매우 당연하다. 국가 간 불평등은 줄어든 반면 국가 내에서의 불평등은 커져왔기 때문이다. 선진국이나 개도국이나 마찬가지다. 과정은 장기적이면서도 구조적인 문제들, 즉 기술발전에 따른 변화, 투자의 '승자독식' 성향, 부에 호의적인 정치체제 등의 결합에서 비롯됐으며 경기순환의 힘에 탄력을 받았다.
선진국에서는 전례 없는 정치적 대립이 원인이다. 이는 포괄적 대응을 방해하고 중앙은행에 과도한 정책부담을 안겼다. 통화당국은 다른 정책결정기구들보다 큰 정치적 독립성을 누리지만 국가가 직면한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필요한 수단이 부족했다.
평시에는 재정정책이 재분배 등의 역할을 해 통화정책을 지원한다. 하지만 지금은 평시가 아니다. 지난 2008년 이후 5년간 미국 의회는 책임 있는 경제운용의 기본요소가 되는 연간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정치적 교착상태에 빠져 적절한 재정대응의 길이 막힌 것이다. 그 사이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밖에 없게 된 중앙은행은 성장과 고용창출을 위해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같은 비전통적 조치에 의존했다.
이런 접근방식은 자체의 불완전함도 문제지만 그 이상으로 불균형하게 많은 금융자산을 보유한 부유층에 암암리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동안 기업들은 이른바 세금도치 같은 방법으로 세금을 줄이기 위해 점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대부분의 국가는 소득·부·기회라는 세 가지 불평등에 맞닥뜨려 있다. 이러한 불평등은 상호작용을 통해 더욱 증폭될 수 있다. 실제로 이 세 가지 불평등은 도덕적·사회적·정치적 영향을 넘어 심각한 경제적 우려를 낳는다. 불평등은 혁신과 근면에 대한 보상을 창출하는 대신 경제적 활력과 투자·고용 그리고 번영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부유한 가정에서 소득과 재산 대비 소비 비중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볼 때 불평등 심화는 전체적 소비감소로 이어지고, 따라서 이미 불충분한 총수요라는 부담을 진 경제의 회복을 저해한다. 또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구조개혁을 방해한다.
이는 사회통합과 정치적 효과, 현재의 경제성장, 그리고 미래의 경제적 잠재력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결합이다. 불평등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음에도 IMF·WB 연차총회가 정책의제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데 실패한 것에 실망한 이유다.
정책결정권자들은 지금이 소득·재산·기회의 불평등을 다룰 만한 의미 있는 계획을 만들 때가 아니라고 확신하는 듯하다. 하지만 기다리다 보면 문제해결이 어려워질 뿐이다.
사실 불평등 고조를 저지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은 실행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한다. 이를테면 미국에서는 일관된 정치적 결정으로 부자들에게 불공평하게 많은 이득을 안겨주고 있는 토지계획과 상속, 가계와 기업 과세에 내재한 엄청난 허점을 없애는 데 도움을 줬을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특혜세율로 이득을 챙기는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에 적용되는 낡은 과세방식을 없앨 기회도 있다. 고가주택 소유에 대한 과세 및 보조금 지급 방식도 상당히 개혁될 수 있다. 최근의 최저임금 인상은 강력한 사례가 됐다.
물론 이 같은 조치들은 불평등에 작은 흠집을 내는 데 그칠 뿐이다. 비록 그것도 중요하고 구체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지만 이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구조개혁 노력의 재정비와 활성화, 총수요 확충, 과잉부채 제거 등 명확한 목표를 갖춘 보다 포괄적인 거시경제 정책 기조가 필요하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현재 중앙은행이 지고 있는 막대한 정책적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이 국제적 행동으로 이어지기 위해 불평등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을 높일 때다. 어떤 계획은 불평등과 직접 맞붙을 것이고 어떤 것은 불평등을 유발하는 일부 요소를 완화할 것이다.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현재와 미래 세대의 경제·사회적 복지를 가로막는 중대한 장애물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 전 핌코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