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노무현정부 출범과 함께 입각한 최장수 장관이다.
아들의 병역문제 때문에 입각조차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그는 일단 장관자리에 오르자 뛰어난 업무 장악력으로 ‘정보기술(IT) 코리아’의 선봉장을 자임하며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사장을 지냈다는 것만으로 검증된 그의 능력은 언론홍보정책에 대한 집념과 어우러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불거졌던 휴대폰 수능부정 파문, 국감 때 이슈가 됐던 국정원 도ㆍ감청 사전인지 논란 등 고비 때마다 탁월한 언론감각을 발휘하며 난관을 돌파했다.
그의 홍보감각은 위기에만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정통부 출입기자들은 그가 부르짖는 ‘IT839 찬가’로 귀에 못이 박일 지경이다.
심지어 한 온라인매체의 기자는 “몇 년간 정통부에 출입하다 보니 진 장관의 논리에 최면이 걸린 것 같다”며 “이제는 더 이상 기자로서 객관적인 스탠스를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아 출입처를 바꿔야겠다”고 말할 정도다.
그의 홍보 마인드가 국제무대라고 해서 숨죽일 리는 없다. 그는 최근 부산에서 열렸던 APEC에서도 첨단 IT를 대내외에 과시하며 세일즈 외교에 한몫했고 각종 국제행사마다 참석해 IT코리아를 홍보하곤 한다.
그렇다고 진 장관이 모든 출입기자들에게 인기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기자들과 부대끼며 몸으로 때워온 공무원들의 홍보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취임 이후 기자들이 정통부 공무원들과의 접촉이 어려워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일부 언론과는 사안에 따라 첨예하게 맞부닥치기도 한다.
하지만 손익계산을 맞춰보면 이익을 챙기는 편은 대개 진 장관 쪽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대통령과 가장 오랜 시간 동안 호흡을 맞춰온 진 장관의 언론 대응방식은 노 대통령과는 판이하다.
노 대통령은 자신과 견해가 다른 언론사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며 맞서지만 진 장관은 언론을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이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언론 대응방식 중 어느 쪽이 낫다고 꼭 집어서 말할 수는 없다.
지나친 대립도 좋지는 않지만 과도한 자랑 역시 좋을 건 없기 때문이다.
‘판이한 두 사람의 언론 대응방식을 뒤섞어 평균을 내볼 수는 없을까.’
뉴스전문 케이블 방송에 나와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는 그를 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