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오석ㆍ김중수 G20서 엔저 제동 걸어야

미국 재무부가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엔저 정책에 대해 예의 주시하겠다고 경고를 보냈다. 미 재무부는 지난주 말 의회에 제출한 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통화가치를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낮추거나 환율을 그런 목적으로 삼지 않도록 일본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미국이 엔저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11월 환율 보고서만 해도 엔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현상만 언급하고 일본 경제의 구조개혁을 촉구했을 뿐이다. 이번 경고 문구는 '일본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대목을 제외한다면 2월 모스크바 주요20개국(G20) 성명서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기는 하나 일본 환율정책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면서 견제구를 날린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인위적인 엔저 정책을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삼지 말라는 경고로도 읽혀진다.

물론 미국의 의중을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미국이 어느 선까지 엔저를 용인할 것인지는 논란이 분분하다.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대외정책 기조가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엔저 용인을 철회했다고 보기에는 아직은 이르다.

때마침 18~19일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워싱턴에서 열린다. 엔저의 최대 피해국인 우리나라로서는 엔저 문제를 국제사회에 환기시키고 미국의 의중을 파악할 기회다. 앞서 2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는 미국의 어정쩡한 태도로 엔저 문제에 무기력하게 대응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일본이 돈풀기에 들어간데다 미국도 일본에 G20 합의사항을 준수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번 워싱턴 G20에서는 노골적인 엔저 정책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성명서에 담아내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정책공조를 끌어내야 가능한 일이다. 만에 하나라도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G20에서 불협화음을 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내 경제 인식차이로 껄끄럽겠지만 대외 문제에 관한 한 분명하고도 단호히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