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스마트폰 수출·재활용 느는데, 의무회수? 환경변화 모르는 환경부


판매 휴대폰중 16% 회수 못하면 부과금
시대착오적 규제에 이통사, 수억대 낼판


"고가 스마트폰을 재활용하거나 수출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의무적으로 수거해야 할 분량은 정해져 있고…. 울며 겨자 먹기로 미이행 부과금을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최근 만난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그 배경은 지난 2011년부터 시행 중인 전기ㆍ전자제품 판매사업자에 대한 폐제품 회수 의무제. 환경부 주도로 만들어진 이 제도에 따라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지난해 판매한 휴대폰 가운데 16.2%를 의무적으로 수거해야 했다. 하지만 이통3사가 회수한 물량은 절반 남짓인 8%에 그쳤다. 이로 인해 SK텔레콤의 휴대폰 유통을 담당하는 SK네트웍스와 KTㆍLG유플러스는 총 7억원가량의 미이행 부과금을 물어야 할 처지다. 부과금 총액은 많지 않지만 휴대폰 회수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감안하면 이통사로서는 만만찮은 부담이다.

이통업계는 제도개선 건의서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를 통해 이달 중 환경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KTOA 관계자는 "환경보호를 위한 좋은 취지의 제도지만 의무 회수율이 너무 높다"며 "환경부에 건의서를 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휴대폰에 한해 회수조건이나 비율을 조정하는 식으로 개정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관련당국과의 논의를 거쳐 가능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통사들이 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우선 휴대폰시장이 고가인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회수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KTOA 측은 "쓰던 스마트폰을 중고로 팔면 적어도 10만원 정도는 받을 수 있어 가입자들이 기존 스마트폰을 반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직접 중고기기를 구입하려는 이용자들, 중고 스마트폰을 사들여 해외로 수출하려는 개인사업자들은 이통사보다 가격을 더 비싸게 쳐주는 것이 보통이다. 실제 이통사의 휴대폰 판매량 대비 회수 실적은 2008년과 2009년 16%, 19%에 달했지만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2010년에는 11.5%, 2011년에는 8.6%로 뚝 떨어졌다. 올해는 6%대로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고가 스마트폰 가입자 비중이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6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처럼 휴대폰 회수가 힘들어지는 시장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이통사의 의무 회수율은 18.2%로 지난해보다 2%포인트 높아졌다. 앞으로도 의무 회수율을 달성하지 못하면 매년 내야 하는 미이행 부과금이 갈수록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부과금이 10억원을 넘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통업계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정덕기 환경부 자원순환국 자원재활용과장은 "의무적으로 회수하도록 한 폐 휴대폰은 소위 '장롱폰'처럼 중고거래가 어려운 폐기물에 가까운 제품들"이라면서 "이통사들이 캠페인이나 인센티브제를 통해 못 쓰는 2세대(2G) 휴대폰 등을 더 수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폐제품 회수 의무제 대상 전기ㆍ전자제품은 휴대폰을 비롯해 세탁기ㆍTVㆍ냉장고ㆍ오디오ㆍ복사기ㆍ팩시밀리ㆍ컴퓨터ㆍ프린터ㆍ에어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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